"의대증원에 역대급 입시변수 도사려"..상아탑 연쇄 대이동 우려
국내 최고 입시전문가로 유명한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가 최근 파이낸셜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2025학년도 입시를 내다보며 이같이 우려했다.
임 대표는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서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이공계에서 2000명이 빠져나가면 그 빈자리는 성균관대·한양대·서강대에 갈 학생들이 채우고, 이들 대학에서 생긴 빈자리는 또 다른 대학에 갈 학생들이 채우는 연쇄 이동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킬러문항 빠진 수능까지 한번 겪어본 수험생 입장에선 또다시 대입에 도전하기 너무나도 좋은 컨디션"이라며 "수많은 N수생이 합류할 것까지 포함해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번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고 무전공 선발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최상위권을 비롯해 전국 모든 대학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비공개중인 의대 정원 배정위원회는 지난 15일 첫 가동에 들어간지 1주일여만에 전국 의대별 배정인원을 확정하고 금명간 발표를 앞두고 있다. 내년 의대생 증원인원 2000명중 약 80%는 비수도권에 배정이 확실시되고 있다.
임 대표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모집 정원이 3000명 정도 늘었다고 해서 이들 대학의 희소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대학생 사이에선 이공계에 다닐 바에 고생하더라도 의대에 들어가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다. 1학년뿐만 아니라 고학년까지 입시에 다시 뛰어드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그는 "입시학원 입장에선 의대 쏠림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라며 "종로학원도 10명 정원의 소수 정예 의대반을 편성하는 등 수준별 수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 대표는 변화하는 교육 환경을 고려해 입시의 틀을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수험생 1인당 최대 9회(수시 6회+정시 3회)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현행 체제가 무수히 많은 변수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 대표는 "성적이 좋은 학생일수록 많은 대학에 합격하다 보니 공백이 커져 추가 합격자가 대량 발생한다"라며 "100명을 뽑으려 했던 대학은 최초 합격자가 모두 빠져나가 300등을 뽑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어느 학교에서 추가 합격자가 많이 발생하느냐에 따라 수험생은 사실상 '로또'를 맞을 수도 있다"라며 "이토록 요행과 운이 심하게 작용하는 상황을 공정하다고 할 수 있나. 교육계가 너무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는 거 같다"고 꼬집었다.
임 대표는 "공교육은 입시 정보를 공개하는 데 소극적이지 않나"라며 "누군가는 학생들의 입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자료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교육 기업의 근본적인 목적은 영리 추구에 있지만 사회적으로 필요한 기능도 할 수 있다"라며 "변수가 많은 입시를 그나마 예측 가능하도록 하는 게 통계다. 통계로 확인된 정보를 가감 없이 풀어 놓는 게 어떤 학생들에겐 대단히 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최근 입시업계가 '사교육 카르텔'로 비춰지는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사교육 업체가 저지르는 불법에 대해선 엄정히 책임을 묻되, 사교육 업체의 보완적 기능은 인정해줬으면 한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또한 공교육과 사교육이 일정 부분 융합된다면 보다 효율적인 입시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대표는 "사교육 업체가 입시 비리와 허위 광고를 해선 안 된다는 건 철저한 원칙"이라며 "다만 사교육이 내포하고 있는 긍정적인 요소를 잘 활용한다면 공교육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능에서 N수생의 비율이 이미 3분의 1이 넘는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재수생의 실력을 파악하지 못해 수능 난이도를 맞추는 데 애를 먹는다"라며 "평가원이 재수생의 수준을 사교육계에 묻고, 확인한다면 입시는 보다 명확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어 "현재 재수생이 빠진 교육청 모의고사가 반쪽짜리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면서 "공간이 부족하다면 학원에 빌려서라도 재수생을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공교육과 사교육 사이의 벽도 낮아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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