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작품의 창극 변주… 창의적인 젊은 음악인들 덕분”

유민우 기자 2024. 3. 1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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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의 인기는 한국적인 가치와 서양적인 가치를 동시에 흡수할 수 있는 젊은 음악인들 덕분이죠."

무용 안무가이자 배우·연출가이기도 한 정영두(사진)가 29일 국립극장 무대에 오르는 국립창극단의 창극 '리어'의 연출과 안무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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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어’ 연출 정영두
배삼식 각색·정재일 작곡 참여
물 20t 쓰며 인물 심리 그려
국립극장 제공

“창극의 인기는 한국적인 가치와 서양적인 가치를 동시에 흡수할 수 있는 젊은 음악인들 덕분이죠.”

무용 안무가이자 배우·연출가이기도 한 정영두(사진)가 29일 국립극장 무대에 오르는 국립창극단의 창극 ‘리어’의 연출과 안무를 맡았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난 그는 “한국 음악과 서양 음악 둘 중 하나라도 안됐으면 창극이 국내에서 이토록 사랑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2년 초연한 리어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원작으로 한다. 연극 ‘토카타’를 쓴 배삼식 작가, 창극 ‘귀토’·‘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맡았던 한승석 작창, 영화 ‘기생충’·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 정재일이 작곡을 맡는 등 국내 공연계 베테랑 창작자들이 합작한 작품이다. 배삼식 작가는 리어왕을 물의 철학으로 일컬어지는 노자 사상과 엮어냈다. 작품은 시간이라는 물살에 휩쓸리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극적으로 그려낸다. 이를 위해 무대에 20t의 물이 사용된다. 수면의 높낮이와 흐름이 바뀌며 인물들의 불안정한 심리를 보여준다.

기대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정 연출은 “셰익스피어 작품이어서 전 세계인들이 다 안다. 거기에 창극이라는 굉장히 독특한 우리만의 음악을 녹여내야 한다”며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올지 부담스럽지만 배삼식 작가, 정재일 작곡가 등 제작진들과 함께해 잘 작업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정 연출의 임무는 배삼식 작가가 물로 해석한 ‘리어왕’을 시각화하는 것이었다. 정 연출은 “물을 생명처럼 느끼게 하고픈 욕심이 초연 때부터 강했다. 텍스트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관객들이 물이 빛의 산란, 떨리는 과정, 물을 바라보는 단원들의 모습을 통해서 본인들의 이미지로 해석하고 가져가길 바란다”고 했다. 작품은 유교적인 관점에서 모두가 도덕적으로 완성된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정 연출은 “지금 우리 사회는 누가 뭔가 잘못했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가서 지적하는 마녀사냥의 시대”라며 “물이 가진 다양한 속성을 살려 각자 노력하며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을 품어주는 여유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정 연출은 초연 당시엔 코로나로 인한 애로사항이 많았다며 재연 때는 더 완성도 있는 공연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저번엔 공연을 3일 미룰 정도로 배우들을 포함해 적지 않은 인원이 코로나에 걸렸어요. 이번엔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워 작품의 큰 흐름을 바꾸지 않는 선에서 완성도를 높이고 있죠.”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이 지난해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초청돼 호평받는 등 세계 관객들도 창극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계 무대에서도 창극이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 연출은 “신선하면서도 익숙하게 다가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트로이 전쟁’, 셰익스피어 작품 등 유럽 관객에게 익숙한 소재 위에 창극이란 굉장히 독특한 소리가 얹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신선하기만 하면 낯설어서 손이 안가고 익숙하기만 하면 지루하다. 음악도 마찬가지다”고 했다.

‘리어’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오는 29일부터 4월 7일까지 볼 수 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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