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비관론, 외환위기 이후 지속돼온 ‘가스라이팅’일 뿐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02년 신용카드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연이어 겪으면서 비관론을 설파하는 사람들이 인기를 끄는 나라가 됐다. 한국 경제가 정점에 도달해 더는 성장이 어렵다는 피크코리아(Peak Korea)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한국은 2009년 이후 2022년까지 코스피200 기업의 영업이익이 4배 가까이 늘었고, 구매력 기준 인당 국민소득은 2배 증가했다. 구매력 기준이란 교통요금이나 임대료 같은 필수 소비 항목 물가를 감안해 각 국가의 소득을 측정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월 발표한 보고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 따르면 구매력 기준 한국의 인당 국민소득은 2009년 2만8812달러(약 3776만9650원)에서 2023년 5만6694달러(약 7430만 원)로 늘어났다.
파괴적 혁신과 연공서열 시스템
![최근 로봇 등 신산업이 부각되면서 기존 인력의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다. [GETTYIMAGES]](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3/19/weeklydonga/20240319090124540sioa.jpg)
한국 노동시장의 가장 고질적 문제는 '연공서열' 시스템이다. 한국 근로자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높은 연봉을 받는데, 이는 유럽이나 미국 등 다른 선진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그래프1 참조). 이 시스템은 1960~1970년대 한국 기업들이 가진 돈이 없고, 고등교육을 받은 근로자가 턱없이 부족한 환경에서 탄생했다. 기업은 근로자에게 "연차가 쌓일수록 더 많은 연봉을 주겠다"는 약속을 통해 당장 인건비 부담을 덜고 사내 교육 등으로 생산성이 높아진 근로자들의 이직을 막을 수 있었다.

물론 대기업 노동조합이 존재하기에 연공서열 시스템이 쉽게 사라지기는 어렵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2023년을 고비로 베이비 붐 세대가 본격적인 은퇴 연령에 접어들면서 노동시장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20대 후반 고용률이 통계 작성 이후 최고 레벨에 도달한 것을 무시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은행뿐 아니라 앞으로 자동차, 철강, 조선 등 한국 주력 수출 산업 대부분이 비슷한 경험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과 인공지능, 전기차가 대세로 떠오르는 가운데 신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기존 인력들의 노하우 혹은 숙련의 중요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력 재배치 완료 기업, 우선적 투자 대상
이 결과 한국 주력 수출 산업의 판관비(감가상각비 제외)는 2010년 전후로 꾸준히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래프2 참조). 판관비는 판매비와 관리비를 합친 것으로, 판매비는 제품 판매와 관련해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뜻한다. 관리비는 회사 관리와 유지에 필요한 비용으로 임금이나 임차료, 감가상각비가 포함된다.
물론 글로벌 경쟁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 우리 기업들이 무조건 경쟁에서 승리한다고 낙관할 수는 없다. 다만 경쟁에서 밀려 주저앉은 패배자 모습으로 단정 짓지 말자는 이야기다. 특히 파괴적 혁신이 진행 중인 산업에 속한 기업 중 신속하게 노동력 재배치를 마무리한 곳을 우선적인 투자 대상으로 보는 게 바람직하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프리즘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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