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먹방 예능은 진화 중

우다빈 2024. 3. 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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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예능의 다양한 진화 
단순한 식사로는 시청자 니즈 충족 어려워
'토밥'이 먹방 예능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티캐스트 영상 캡처

먹방 예능이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유튜브와 방송 예능의 간극을 좁히는 숙제가 새롭게 등장하기도 했지만 먹방 예능 매니아들의 충성도는 꽤 높은 편이다. 현존하는 '먹방'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고심에 나섰다. 본래의 껍질을 벗고 탈피(脫皮)하는 먹방 예능의 다채로운 진화가 눈길을 끈다.

스타들이 식당이나 집에서 먹방(먹는 방송)을 하는 콘텐츠가 사랑받은 것은 수년 전부터 지속됐다. 코미디언 이영자는 음식을 맛깔나게 먹는 모습으로 제2의 전성기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가수 화사는 곱창과 김부각 먹방으로 유쾌한 이미지를 얻었다. 1인 가구의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먹는 행위를 즐겨 보는 이들이 늘었고 예능가의 트렌드가 됐다. 다만 관찰 예능과 연애 예능 속에서 먹방 역시 기존의 모습을 탈피, 다양한 형태로 진화 중이다.

가장 보편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식도락'이다. SBS Plus·E채널 공동 제작 예능 '먹고 보는 형제들' 시리즈는 김준현 문세윤을 필두로, 해외의 먹거리, 볼거리를 온몸으로 즐기는 리얼 해외 먹방 여행기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인도네시아, 홍콩, 마카오로 떠나 먹방과 여행 예능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단순히 먹거리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체험하는 모습으로 먹방 이상을 노렸다.

아예 플랫폼을 바꾼 사례도 있다. 유민상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본격적인 '먹방'에 집중했다. TV플랫폼을 떠나 유튜브에서의 먹방은 다양한 기성 식품을 리뷰할 수 있다는 강점이 크다. 또 유행하는 음식들을 직접 만드는 쿡방도 선보인다는 점에서 TV보다 신선한 재미를 노린다. 오직 유튜브로만 할 수 있는 콘셉트인 '술방'도 먹방의 진화 형태다. 신기루 성시경 등이 지인들과 낮술을 하면서 유쾌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오히려 정체성 유지에 나선 티캐스트 E채널 '토밥'의 행보 역시 주목할 만하다. '토밥' 제작진은 지난 1월 기존 멤버 현주엽 히밥에 박광재와 이대호 투입으로 먹방에 충실한 멤버를 구성했다. 개편 결과는 어땠을까. 티캐스트 측은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기준 개편 후 타깃 시청률이 눈에 띄게 상승했으며 디지털(유튜브)의 수치가 상승했다"라고 밝혔다. E채널 유튜브의 전반적인 데이터 수치(노출수, 노출 클릭률, 구독자 증감, 댓글 수, 평균 시청 지속시간 등)가 대폭 증가했으며 특히 남성 시청자 비율이 10% 이상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토밥' 이영식 PD는 본지와의 대화를 통해 먹방 예능의 강점과 정체성을 전했다. 이 PD는 먼저 '토밥'이 지향하는 점에 대해 자연스러움을 강조했다. 이 PD는 "기본적으로 자연스러움을 지향한다. 방송으로 보여지는 출연자들의 리액션이 가식적이고 억지텐션이 아닌 지극히 자연스러움이 묻어나야 한다. 먹방에서 자연스러움을 이끌어 내기 위해선 무조건 음식 맛이 있어야 한다. 맛있는 식당을 찾기 위해 맛집 조사부터 답사까지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많은 거리를 발품을 팔며 돌아다닌다. 답사 시 식비만 해도 회당 200~300만 원 정도, 대략 식당 20~30여 곳을 다니고 있다"라고 노고를 전했다. 그러면서 "먹방의 예능적 구성은 그 식당의 맛이라 생각한다. 맛만 있으면 엠씨들의 텐션이 저절로 나오고 현장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분위기가 안방에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확신이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먹방과 예능의 밸런스 조절도 이 PD가 고심하는 대목이다. 이 PD는 예능적 욕심이 있다고 고백하면서 "그래서 '토밥'의 러닝복불복이라는 예능 장치를 추가했다. 복불복 게임이나 간단한 시합을 통해 먹은 만큼 러닝을 뛰게 하는 그런 구성이었다. 마니아들도 있었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먹방에 좀 더 집중했으면 하는 의견들이 많았다. 그래서 새 시즌부턴 이 장치를 과감히 빼고 오롯이 먹방에만 집중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PD가 바라보는 먹방 예능의 3요소는 맛 표현과 출연자들의 캐릭터, 그리고 케미스트리다. '맛있는 녀석들'로 쌓은 노하우가 '토밥'에서 발휘되면서 자연스럽게 출연자들의 '티키타카'를 예능적인 무기로 연출했다. 7년간 '맛녀석'을 연출했던 이 PD는 "먹방 예능은 당연히 맛있어야 하고 또 재밌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PD는 앞으로의 먹방 예능 전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를 두고 이 PD는 "인간의 욕구 중 식욕을 당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먹방 예능에 대한 시청자들의 수요는 끊임없을 것"이라면서 "먹방 예능이 시대나 사회적인 흐름에 따라 유행의 부침이 있을 지라도 계속 생산되고 수요가 될 하나의 예능 장르"라고 답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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