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김재철, 대기(大器)는 만성(晩成)이다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말이 딱이다. 오랜 시간 무명을 거쳐 마침내 ‘파묘’로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단단히 각인시킨 배우 김재철이다.
지난달 22일 개봉된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로, 김재철은 극 중 알 수 없는 병으로 인해 무당 화림(김고은)에게 의뢰를 맡기는 박지용을 연기했다.
개봉 18일 만에 8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돌풍에 선 ‘파묘’다. 그런 ‘파묘’에서 관객의 시선을 끈 사람이 있다. 바로 박지용 역의 김재철이다. 묘한 인물의 분위기를 연기로 소화해 내며 극의 긴장감을 한층 높인 김재철에 대한 호평이 개봉 이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김재철에게 ‘파묘’는 자신이 출연할 거란 상상도 못 한 작품이었다. 더군다나 박지용 캐릭터를 제안받았다니, 김재철에게 ‘파묘’의 시작은 모두 꿈만 같았다. 김재철은 “시나리오 볼 때도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 ‘이 캐릭터를 나에게 준다고?’라고 생각했다”면서 “감독님이 제가 나온 작품을 보시고는 결이 맞다고 생각해서 캐스팅하신 거 같다”라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읽은 뒤 장재현 감독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김재철은 모든 걸 내려놓고 솔직하게 말했다.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자신이 잘 해낼지 모르겠다며 자신을 책임지라고 말했단다. 김재철은 “처음부터 솔직하게 자존심 없이 다 의지했다”라고 했다.
꿈같은 기회로 ‘파묘’에 뛰어들었지만 박지용은 만만치 않은 캐릭터였다. 어떤 결로 접근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처음엔 강인하고 의뢰인으로서 화림에게 명령하는 듯한 태도로 접근했지만, 장재현 감독이 막아섰다. 그렇게 장재현 감독과 수많은 논의 끝에 김재철은 박지용이라는 인물을 하나둘씩 만들어나갔다.
그렇지만 부담감은 여전했다. 극 초반 긴장감을 끌고 가야 하는 인물인 만큼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 등 쟁쟁한 선, 후배들과 마치 4대 1로 연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김재철이 느낌 중압감은 컸다. 그럴 때마다 장재현 감독이 “걱정할 필요 없고 연기를 잘 받아서 잘 주면 될 것 같다”라고 안심시키며 어깨에서 힘을 빼줬단다.
가만히 있어도 비밀스러운 박지용을 연기하기 위해 김재철은 애써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야 중반부 빙의신에서 큰 임팩트를 줄 수 있을 거란 장재현 감독의 말을 전적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인상을 남긴 빙의신도 장재현 감독과 하나하나 상의해 가며 만들었다고. 김재철은 “박지용이 빙의돼서 황국신민서사를 하는 장면은 레퍼런스가 아예 없어서 제가 몇 십 가지 버전을 녹음해서 감독님께 들려드리고 피드백을 받았다. 감독님이 계속 같이 만들어주셨다”라고 했다.
장재현 감독과 사전에 디테일한 부분을 맞췄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다른 부분에 신경 쓸 수 있었다는 김재철이다. 특히 원테이크 촬영으로 인해 기술적인 부분에서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았고, 황국신민서사 톤을 미리 잡아놓았기 때문에 한결 수월했다는 것이다.
특히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긴 박지용의 목이 돌아가는 장면은 김재철 때문에 CG 비용을 아꼈다(?). 김재출은 남들보다 좀 더 많이 돌아가는 자신의 목 덕에 더 자연스러운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며 웃었다.
다만 원테이크 촬영은 김재철의 기를 쏙 빼놓았다. 중요한 장면이라는 점과 정해진 촬영 시간 안에 끝내야 하는 압박감이 겹쳐 결코 안 그래도 어려운데 더 어렵게 느껴졌다. 이에 김재철은 “리허설부터 계속 촬영했는데 계속 NG가 나니까 시간 안에 끝날까 걱정됐다. 최민식 선배님의 대사를 조감독이 대신했는데 나중에는 정말 최민식 선배님처럼 연기를 하더라”면서 “촬영 시간 얼마 안 남았을 때 OK가 났다. 감독님이 처음으로 그날 저에게 고기를 사주셨다. 본인도 너무 뿌듯해하면서 박수를 쳐주시더라. 제가 봐도 결과물이 괜찮을 것 같았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렇게 열성을 들여 만든 ‘파묘’는 김재철의 노력에 화답하듯 흥행에 성공했다. 흥행과 함께 김재철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면서 김재철은 배우 인생 중 최고로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느지막이 배우로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김재철이 묘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영화가 무속신앙에 관한 영화이니 관련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었고, 김재철은 과거 자신의 사주를 봤을 때 이야기를 들려줬다. 서른을 앞두고 사주를 보러 갔는데 역술가가 “삼십 대 중후반이 돼야 조금 나아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고. 삼십 대 중반에 또 한 번 사주를 봤을 때에도 “(잘 될 때까지) 얼마 안 남았다”라고 했단다.
김재철은 그 말들이 긴 무명을 견디던 자신에게 큰 위로와 응원이 됐다고 했다. 사주 때문만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오랜 노력 끝에 결실을 본 김재철을 아낌없이 응원하는 바다.
“조심스러운 것 같아요. 지금 주신 사랑도 너무 과분해요. 저 개인적으로도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지만 지금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더 바라기보다는 감사한 마음이 더 큽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쇼박스]
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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