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달 오해받기 일상이었는데 쁘띠배압 이라니…
하경헌 기자 2024. 3. 19. 08:00
고려거란전쟁 김준배
그는 최근 막을 내린 KBS2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에서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의 장수 소배압 역을 연기했다. 소배압이라는 이름은 위인전을 보면 ‘강감찬’ 그리고 ‘귀주대첩’과 연상해 기억되는 이름이다. 단순히 문헌 속에서 기록되던 거란의 장수는 김준배의 몸과 얼굴을 통해 생생하게 재현됐다.
“소배압, 이름은 들어봤죠. 하지만 잘 몰랐어요. 처음에 감독님께 제안을 받았을 때 잘 몰라서 찾아본 기억이 나요. 거란의 최고 사령관이라는 건 알았는데, 찾아보니 노회하지만, 전략과 전술이 있고 거란에서는 영웅이자 정치술이 뛰어난 학자더라고요. 아무래도 문헌에는 기록이 적으니 대본을 믿고 가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지금까지 조직폭력배나 그게 아니라면 건달 느낌의 인물을 연기했던 그에게, 비록 거란족이지만 대의를 위해 움직이는 역할은 처음이었다. 실제로 소배압은 현란한 지략과 판세 분석 능력으로 강감찬(최수종)과 여러 합을 겨루고 결국 마지막에는 거란황제 야율융서(김혁)의 폭주를 제어하는 등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도 보인다.
“준비하는 데 공도 많이 들였어요. 말도 처음 타서 논산 집에서 승마장을 다녔고요. 집에서 소품 검을 휘두르며 연습도 했죠. 소배압의 마음이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내와 함께 실제 소배압이 말을 타고 달렸을 몽골을 가보는 계획도 짰었죠. 장수니까 체력을 많이 써야 해서 담배도 끊었습니다. 촬영 중이었는데, 체력이 떨어지니 집중력도 떨어져서 정말 안되겠다 싶더라고요.”
사극에서는 스님 역할을 주로 했던 그에게 ‘고려 거란 전쟁’의 여러 촬영은 기억에 남았다. 특히 압록강에서 강감찬 역 최수종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최수종과의 연기 합으로 기억에 남는다. 실제 최수종은 그에게 7살 형이었지만 때로는 동생같이 귀엽고 해맑은 형이었다. 연기의 고수와 붙는 숨 막히는 긴장감, 그 희열은 김준배를 다시 살아나게 했다.
“기억에 많이 남는 순간이 많아요. 아 지난해 ‘연기대상’에서의 분장 에피소드도 있었죠. 원래는 턱시도를 입고 멋있게 등장하려 했는데, 마침 당시 결방이 있어 팬분들이 서운해하시겠더라고요. 그래서 팬서비스 차원으로 야율융서 역의 (김)혁이랑 짰죠. 시상식에서의 대본은 작가분들이 짜주신 거예요(웃음). 우스워 보일까 걱정했는데 다들 좋아해 주셔서 기뻤어요.”
부산에서 나고 자란 김준배는 초등학교 시절 대구로 가 학창 시절을 보냈다. 연희마당 산대에서 연기를 처음 시작했는데, 당시 시민들과 연극 워크숍을 하는 행사가 있었다. 워낙 외골수에다가 고집이 센 김준배를 두고 그의 여동생이 ‘사람들과 섞여봐라’며 채근해 참여했다. 그렇게 1990년대 중반 연극을 시작했고, 매체 연기는 1999년 영화 ‘이재수의 난’이 처음이다.
“연극을 하면서 배가 많이 고팠는데요. 어차피 대구에서 굶으나, 서울에서 굶으나 매한가지라고 생각해 ‘서울말이나 배우자’는 생각으로 올라왔어요. 성격도 급했고, 화도 많았고 제게 불손하게 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지 않는 시절을 보냈어요. 연기도 좀 그랬는데 기계적으로 연기하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 주변에 들키더라고요.”
‘고려 거란 전쟁’ 전우성 감독과는 2015년 단막극 ‘드라마스페셜-비밀’을 통해 만났다. 당시 그는 베트남 처녀와 연애하는 막노동꾼 역을 연기했다. 비록 스스로 ‘생계형 배우’라 칭해 들어오는 역할은 마다하지 않지만, 어느새 연기 경력이 쌓이고, 조심스럽게 해보고 싶은 연기를 밝힐 수 있게 됐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닌, 역사가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깡패 두목을 해도 과거에 희로애락이 있는 인물이었으면 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소배압은 제 연기 인생에서 참 의미가 있는 역할이에요. 이제는 중년의 멜로를 하고 싶어요(웃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바보가 되는 인물이요. 그냥 그 사람이 되는 그런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건달 전문’ 김준배는 그렇게 소배압을 만나 ‘쁘띠 배압’이 됐다. 이러한 기가 막힌 상황처럼, 그의 연기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문이 이제 열렸을 뿐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머리 땋은 모습
팬이 귀엽게 그려줘
나한테도 이런면이?
놀랍고 감사했죠
승마장 끊어 연습하고
체력 위해 금연도…
내 인생에 의미있는 역할
중년멜로도 해보고파
‘쁘띠 배압’이라는 말, 들어는 보았는가. 요즘 귀여운 이미지를 얻은 중년의 연예인들에게 ‘쁘띠(Petit·작거나 귀엽다는 뜻의 프랑스어 형용사) OO’라는 호칭을 붙이는 게 유행이라고는 하지만, 심지어 이 사람에게 이 호칭이 붙을 줄은 몰랐다.
배우 김준배는 ‘쁘띠’와는 거리가 먼 이미지를 품고 살아왔다. 얼마나 인상이 험악했던지 정말 건달인지 알고 편의점의 직원들이 긴장했던 이야기는 일상이었고,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던 시절에는 불심검문도 당했다. 그런 그에게 드라마를 통해 ‘쁘띠’란 호칭이 붙다니. 그도 기가 막힌 표정이었다.
“소배압이 거란 장수니까 머리를 땋고 나오는 장면이 있어요. 그 모습을 보고 귀여운 이미지의 그림을 팬분이 그려서 인터넷에 올려주셨더라고요. ‘와, 내게도 이런 면모가 있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발견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그는 최근 막을 내린 KBS2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에서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의 장수 소배압 역을 연기했다. 소배압이라는 이름은 위인전을 보면 ‘강감찬’ 그리고 ‘귀주대첩’과 연상해 기억되는 이름이다. 단순히 문헌 속에서 기록되던 거란의 장수는 김준배의 몸과 얼굴을 통해 생생하게 재현됐다.
“소배압, 이름은 들어봤죠. 하지만 잘 몰랐어요. 처음에 감독님께 제안을 받았을 때 잘 몰라서 찾아본 기억이 나요. 거란의 최고 사령관이라는 건 알았는데, 찾아보니 노회하지만, 전략과 전술이 있고 거란에서는 영웅이자 정치술이 뛰어난 학자더라고요. 아무래도 문헌에는 기록이 적으니 대본을 믿고 가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지금까지 조직폭력배나 그게 아니라면 건달 느낌의 인물을 연기했던 그에게, 비록 거란족이지만 대의를 위해 움직이는 역할은 처음이었다. 실제로 소배압은 현란한 지략과 판세 분석 능력으로 강감찬(최수종)과 여러 합을 겨루고 결국 마지막에는 거란황제 야율융서(김혁)의 폭주를 제어하는 등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도 보인다.
“준비하는 데 공도 많이 들였어요. 말도 처음 타서 논산 집에서 승마장을 다녔고요. 집에서 소품 검을 휘두르며 연습도 했죠. 소배압의 마음이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내와 함께 실제 소배압이 말을 타고 달렸을 몽골을 가보는 계획도 짰었죠. 장수니까 체력을 많이 써야 해서 담배도 끊었습니다. 촬영 중이었는데, 체력이 떨어지니 집중력도 떨어져서 정말 안되겠다 싶더라고요.”
사극에서는 스님 역할을 주로 했던 그에게 ‘고려 거란 전쟁’의 여러 촬영은 기억에 남았다. 특히 압록강에서 강감찬 역 최수종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최수종과의 연기 합으로 기억에 남는다. 실제 최수종은 그에게 7살 형이었지만 때로는 동생같이 귀엽고 해맑은 형이었다. 연기의 고수와 붙는 숨 막히는 긴장감, 그 희열은 김준배를 다시 살아나게 했다.
“기억에 많이 남는 순간이 많아요. 아 지난해 ‘연기대상’에서의 분장 에피소드도 있었죠. 원래는 턱시도를 입고 멋있게 등장하려 했는데, 마침 당시 결방이 있어 팬분들이 서운해하시겠더라고요. 그래서 팬서비스 차원으로 야율융서 역의 (김)혁이랑 짰죠. 시상식에서의 대본은 작가분들이 짜주신 거예요(웃음). 우스워 보일까 걱정했는데 다들 좋아해 주셔서 기뻤어요.”
부산에서 나고 자란 김준배는 초등학교 시절 대구로 가 학창 시절을 보냈다. 연희마당 산대에서 연기를 처음 시작했는데, 당시 시민들과 연극 워크숍을 하는 행사가 있었다. 워낙 외골수에다가 고집이 센 김준배를 두고 그의 여동생이 ‘사람들과 섞여봐라’며 채근해 참여했다. 그렇게 1990년대 중반 연극을 시작했고, 매체 연기는 1999년 영화 ‘이재수의 난’이 처음이다.
“연극을 하면서 배가 많이 고팠는데요. 어차피 대구에서 굶으나, 서울에서 굶으나 매한가지라고 생각해 ‘서울말이나 배우자’는 생각으로 올라왔어요. 성격도 급했고, 화도 많았고 제게 불손하게 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지 않는 시절을 보냈어요. 연기도 좀 그랬는데 기계적으로 연기하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 주변에 들키더라고요.”
‘고려 거란 전쟁’ 전우성 감독과는 2015년 단막극 ‘드라마스페셜-비밀’을 통해 만났다. 당시 그는 베트남 처녀와 연애하는 막노동꾼 역을 연기했다. 비록 스스로 ‘생계형 배우’라 칭해 들어오는 역할은 마다하지 않지만, 어느새 연기 경력이 쌓이고, 조심스럽게 해보고 싶은 연기를 밝힐 수 있게 됐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닌, 역사가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깡패 두목을 해도 과거에 희로애락이 있는 인물이었으면 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소배압은 제 연기 인생에서 참 의미가 있는 역할이에요. 이제는 중년의 멜로를 하고 싶어요(웃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바보가 되는 인물이요. 그냥 그 사람이 되는 그런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건달 전문’ 김준배는 그렇게 소배압을 만나 ‘쁘띠 배압’이 됐다. 이러한 기가 막힌 상황처럼, 그의 연기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문이 이제 열렸을 뿐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스포츠경향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5년 동안 괴롭혔다” 김준수, BJ협박에 직접 입열었다
- ‘음주 튀바로티’ 김호중, 징역살이 억울했나···즉각 ‘빛항소’
- ‘마약투약·운반 의혹’ 김나정, 경찰에 고발당했다
- ‘송재림 사생활’ 유포한 일본인 사생팬에 비판세례···계정삭제하고 잠적
- [스경X이슈] “잔인하게 폭행” VS “허위 고소” 김병만, 전처와의 폭행 논란…이혼 후 재발한
- 한지민♥최정훈, 단풍 데이트 ‘딱’ 걸렸네…이제 대놓고 럽스타?
- [종합] 박원숙, 子 사망 후 헤어진 친손녀와 재회 “아들 떠나고 후회” 눈물
- [스경X이슈] 김광수가 되살린 불씨, 티아라·언니 효영에도 붙었다
- ‘새소식’ 알린 율희-최민환, 싸늘하거나 응원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