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900원이면 아이 등하원까지…日 '파격 정책' 비밀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日 육아전문도시 "맞벌이부부 자녀 등하원 市에서 다 해준다"
지자체가 기업처럼 주요 타깃 정하고 영업
맞벌이세대 유치 위해 어린이집 10배 늘려
인구의 40%가 도쿄로 출퇴근하는 맞벌이
한달 1만8천원에 자녀 등하원 다 해준다
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⑤에서 계속 일본 지바현 나가레야마시(市)는 ‘육아 전문 도시’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2004년 15만 명 안팎이었던 나가레야마의 인구는 2023년 약 21만 명으로 40% 늘었다. 30~40대 육아세대가 크게 늘면서 일본에서 0~9세 인구가 75세 이상 인구보다 많은 단 두 개의 도시 가운데 하나가 됐다.
나가레야마의 기적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지난해 11월27일 일본외신기자센터(FPCJ)의 협력을 얻어 이자키 요시하루 시장을 인터뷰했다. 2003년 취임한 이자키 시장의 첫번째 과제는 2005년 8월 쓰쿠바익스프레스 개통 전까지 3270㏊(32.7㎢)의 신도시 개발 계획을 성사시키는 일이었다.
이자키의 나가레야마는 주변의 지방자치단체보다 최대한 빨리, 되도록 비싼 값에 땅을 판다는 전략을 세웠다. SWOT 분석(강점, 약점, 기회, 위협 등 네 가지 요인을 분석하는 경영기법)을 통해 나가레야마가 선택한 길은 ‘육아 환경에 특화한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숲의 마을’이라는 브랜드화였다.
주 타깃을 30~40대 맞벌이 육아세대로 잡았다. 이자키 시장은 "지방자치단체가 기업의 마케팅 전략처럼 인구를 유치할 주요 타깃을 정하고 영업에 나선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맞벌이 육아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첫번째 정책은 어린이집을 대폭 늘리는 것이었다. 어린이집이 없으면 맞벌이 부부가 나가레야마로 이사를 오지 않고, 그러면 집을 사거나 임대하지도 않는다고 봤다. 2010년 17곳이었던 어린이집을 2023년 104곳으로 늘렸다. 200세대 이상의 아파트는 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킬러 콘텐츠는 도쿄를 잇는 지하철역 바로 옆에 설치한 ‘송영보육스테이션’이었다. 송영보육스테이션은 마중 보육 서비스다. 인구의 40%가 도쿄로 출퇴근하는 맞벌이라는 점에 착안한 서비스다.
출퇴근에 쫓기는 부모들이 이곳까지만 아이를 데려오면 104개에 달하는 시 전체의 어린이집으로 아이들을 바래다주고, 데리고 온다. 이용료는 하루 100엔(약 905원), 한 달 2000엔(약 1만8115원)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해서 저녁 끼니를 걱정하는 부모를 위해 저녁밥도 400엔에 제공한다. 야근하는 부모를 위해 밤 9시까지 연장 보육도 한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는 일을 반복하는 부모라면, 게다가 아이들이 각각 다른 어린이집에 배정된 가정이라면 900원짜리 이 서비스의 소중함을 이해할 것이다.
도쿄의 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면서 3살된 아들 아오이군을 키우는 규노 하루카(31세)씨도 송영보육스테이션에 꽂혀서 도쿄에서 나가레야마시로 이주했다. 규노 씨는 "육아에 정말 큰 도움이 된다"며 "계속 이렇게 운영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영보육스테이션은 나가레야마시의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혼자서 걸을 수 있는 1살 이상 아동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현재는 두 곳의 송영보육스테이션을 110명의 아동이 이용한다. 많을 땐 250명에 달했는데 등록아동이 상당히 줄었다.
집 바로 근처에 어린이집이 계속 들어서면서 송영보육스테이션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가정이 늘어난 덕분이다. 남북 7㎞, 동서 5㎞의 인구 20만명 도시에 104곳의 어린이집이 설치된 덕분이다.
다나카 유미 송영보육스테이션 원장은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아동은 적응에 애를 먹지만 나가레야마의 아이들은 그런 문제가 적다. 어릴 때부터 이 곳에서 만난 놀이친구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가레야마를 본 따 일본 전역의 지자체 14곳이 송영보육스테이션을 운영한다. 하지만 나가레야마처럼 시의 어린이집 104곳 전체를 대상으로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는 곳은 없다. 시내 전 지역을 자동차로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콤팩트한 도시 규모마저 나가레야마시의 성공을 도왔다.
다른 지역의 성공 사례가 드문데서 보듯 제도 도입이 그대로 송영보육스테이션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만도 아니다. 세심한 행정, 나가레야마를 보육 전문 도시로 브랜드화하는데 적극적으로 동참한 시민들의 노력이 보태진 덕분이었다.
원래 송영보육스테이션이 입주한 건물은 보육시설이 들어설 예정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1~3층은 테넌트 입주 공간, 4~6층은 주차장으로 설계됐다. 일본 법상 이런 구조의 건물에는 보육시설이 입주할 수 없다.
나가레야마시는 빌딩의 중도 설계 변경을 허용했다. 테넌트동과 주차장을 분리한 덕분에 보육시설이 들어올 수 있었다. 지진이 나면 건물에 입주한 테넌트들이 달려와서 아이들을 피신시킨다는 약속도 맺어져 있다. 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⑦로 이어집니다.
지바 나가레야마=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삼성 또다시 일냈다!…5개월 만에 애플 제치고 '세계 1위'
- 저축은행이 심상치 않다…"올해가 고비" 당국도 초긴장
- '노변' 한국서 귀하신 몸…대형 로펌들 '러브콜' 폭주
- 드러 누운 中 청년들 '시한폭탄'…"여성은 더욱 희망 없어"
- "이제는 압구정보다 핫하다"…요즘 고수들 눈독 들이는 동네
- "재산 쪽쪽 빨렸다" 서유리, 최병길 PD와 파경…과거글 보니
- 운전석 문 열어 오토바이 운전자 친 '20대 벤츠男'의 정체
- "내 남편 편히 즐겨" 황정음, SNL서 불륜 '저격'…결국 눈물
- 슈퍼우먼 원톱 드라마에 빠지지 않는 '불륜 남편'…왜?
- "경차 전용 자리라니…" 아파트 입주민들 갈등 폭발한 까닭 [최수진의 나우앤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