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펀드매니저 장세…동학개미 유리한 국면 따로 있다

김창현 기자 2024. 3. 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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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광선 베어링자산운용 선임본부장
신광선 베어링자산운용 선임본부장. /사진=김창현 기자

코로나19(COVID-19) 이후 개인투자자 숫자는 급격히 늘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개인투자자 숫자는 14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의 성과는 다른 투자 주체인 기관·외국인에 비해 부진한 게 사실이다. 올해 초 기관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강세를 보인 LG화학, 현대차, 신한지주, 한국전력 등이 이름을 올렸으나,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삼성전자, NAVER 등 부진한 종목이 이름을 올렸다.

개인투자자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이 헤지 수단으로 활용하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을 대거 사들이며 한 번에 큰돈을 벌려는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발간해 이런 개인투자자의 매매 행태가 큰 손실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업계에서 가치투자 베테랑으로 꼽히는 신광선 베어링자산운용 선임본부장은 이런 현실을 두고 "직접투자는 전문가의 영역이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매매는 투자가 아닌 투기"라고 일침을 가했다. 직업 수명이 짧기로 유명한 펀드 매니저 세계에서 그는 10년 동안 베어링자산운용의 대표적인 가치주 펀드인 '베어링 가치형 증권자투자신탁'을 운영하며 꾸준히 초과수익을 내온 바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간접투자에 주목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조언했다.

신 본부장은 "투자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매출·영업이익·순이익 추이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 기업의 핵심 경쟁력과 이익 창출 능력은 무엇인지, 미래 벌어들일 이익 대비 현재 기업가치가 주식시장에서 적정하게 평가받고 있는지를 다각도로 살펴야 한다"며 "이 모든 것을 전문가가 아닌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일반 투자자가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냉장고를 하나 살 때도 가격을 꼼꼼히 비교하고 설명서에 나온 제원을 살펴보며 몇 날 며칠을 고민하는데, 개별 종목을 매수할 때 기업의 설명서라고 볼 수 있는 재무제표를 읽고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다"며 "유튜브나 지인의 추천을 통해 매매하는 행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투자가 아닌 투기에 가깝다"고 했다.

신 본부장은 "주식 투자를 하면 단기간에 30%~50%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이 시장에 팽배하다. 지난해 급등했던 에코프로도 실제로 큰 이익을 본 사람은 몇 안 된다"며 "반면 공모펀드에 투자했을 때는 매년 수익을 꾸준히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본부장이 운영 중인 베어링 가치형 증권자투자신탁 ClassA의 6개월 수익률은 8%, 1년 수익률은 18%, 5년 수익률은 42%를 보였다. 최근 10년 중 대부분 기간 코스피 지수 수익률을 아웃퍼폼했다.

이어 "월가의 영웅인 피터 린치가 말했듯 직접투자는 본인이 가장 잘 아는 분야에 국한해야 한다"며 "공모펀드를 활용한 간접투자를 통해 불필요한 시간 낭비와 투자로부터 발생하는 손실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이 믿고 있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가치주 공모펀드 시대 다시 올 것
신광선 본부장의 가치주 투자전략 대원칙/그래픽=김현정
신 본부장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안착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을 매수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일본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을 당시 이를 믿지 못하고 투자 기회를 놓친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2월 초부터 관련주를 8조원 가까이 순매수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에 거스르지 말라는 격언이 있듯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 기업의 의지, 투자자들의 믿음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현재 초입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본다"며 "국내 증시가 재평가받아 우상향하면 저평가 가치주를 담은 공모펀드 수익률도 상승해 다시 한번 간접투자의 시대가 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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