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우울증 회사에서 투신…법원 “업무상 스트레스로 사망” 인정

2024. 3. 1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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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우울증을 앓다 회사에서의 업무 스트레스로 증상이 악화돼 자살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A씨는 회사 대표로부터 여러 차례 질책을 들었고 사망 전날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정신질환이 있냐'는 폭언을 들었다. 극심한 수치심과 좌절감 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으로 우울증세가 악화되었고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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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헤럴드DB]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수년간 우울증을 앓다 회사에서의 업무 스트레스로 증상이 악화돼 자살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사망 직전 회사 대표의 폭언, 누적된 업무 스트레스 등이 사망의 복합적 요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는 최근 사망자 A씨의 유가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유족급여를 지급하라’는 취지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20년 7월 3개월 수습 기간 후 채용을 조건으로 컨설팅 업체인 B사에 입사했다. A씨는 2020년 10월 B사 회의실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A씨의 유가족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이라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사유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족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처분했다. A씨 유가족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 유가족은 B사에서의 근무가 우울증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A씨는 2018년부터 사망 직전까지 한 병원에서 총 98회 우울증 진료를 받았다. 재판부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증명이 부족하다 해도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A씨는 회사 대표로부터 여러 차례 질책을 들었고 사망 전날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정신질환이 있냐’는 폭언을 들었다. 극심한 수치심과 좌절감 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으로 우울증세가 악화되었고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된다”고 했다.

이어 “업무상 스트레스 등이 A씨의 성격적 측면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자살충동을 억제할 능력을 현저하게 저하시켰다. 업무상 스트레스가 자살을 초래한 원인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적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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