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가스 매각 발목잡는 효성화학 3조 빚... 추가 담보제공 나올까

노자운 기자 2024. 3.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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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가스사업부 지분 49% 매각
3조 채무 함께 떠안으면 투자 매력 떨어져
채권단, ‘연대책임 배제’ 동의 쉽지 않을 듯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의 소수지분(49%) 매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딜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투자은행(IB)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효성화학이 짊어진 3조원 규모의 막대한 채무다. 효성화학은 채무 부담 때문에 특수가스사업부를 분할한 뒤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상황인데, 상법에 따라 특수가스사업부 주주들도 함께 효성화학의 채무를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는 원매자들뿐 아니라 지분을 적정 가격에 팔아야 하는 효성화학에도 굉장히 불리한 요건이다.

반면 기존 효성화학 채권자 입장에서는 특수가스사업부의 연대 책임을 인정받아야만 한다. 효성그룹이 효성화학을 꼬리 자르기를 하지는 않겠지만, 알짜인 특수가스사업부가 떨어져 나가면 채무 상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효성화학 삼불화질소(NF3) 공장. /효성화학

효성화학과 채권단은 부채 연대 책임 비율의 조정과 풋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지분 등 자산을 팔 권리) 등 안전장치, 지분 가격 등의 조건을 저울 위에 올려놓고 협상할 것으로 보인다. 채무에 대한 특수가스사업부의 연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대신 다른 자산들을 담보로 추가 제공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 유동부채 2조 넘는데 유동자산은 7000억… ‘알짜’ 특수가스, 분리돼도 빚더미 탈출 어려워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최근 특수가스사업부 지분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완료하고 채권자인 KDB산업은행 등과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다. 특수가스사업부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분을 49%만 팔겠다는 효성화학, 50% 이상의 경영권 지분을 내놔야만 더 높은 값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산업은행이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3조원에 달하는 채무 문제가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효성화학의 연결 기준 부채총계는 3조537억원에 달했다.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유동부채(1년 안에 갚아야 할 빚)가 2조1474억원으로 유동자산(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 6992억원의 3배가 넘었는데, 이는 현금 부족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는 신호다.

매각자인 효성화학 측은 투자안내서(IM)를 통해 물적분할될 특수가스사업부가 순차입금 1800억원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안내한 바 있다. 지분 49%의 예상 매각가(3000억~4000억원대)를 고려할 때 이 정도도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문제는 채권단과의 협상 과정에서 특수가스사업부가 떠안아야 할 빚이 더 늘어날 공산이 있다는 것이다.

알짜인 특수가스사업부가 떨어져 나가고 남게 될 효성화학 분할 법인의 사업 능력만으로는 막대한 채무를 다 갚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수가스사업부가 떠안을 채무가 대폭 늘어난다면, 당연히 예비입찰에 참여한 원매자들은 중도 포기할 유인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행 상법도 채권자에 유리하도록 돼 있다. 상법 제530조의9에 따르면, 분할돼 설립되는 회사는 기본적으로 분할 전 회사의 채무를 연대해 변제할 책임을 지닌다. 필요한 경우 이 연대책임을 배제할 수는 있지만 빚보증을 전적으로 회피할 수는 없다. 분할되는 회사(특수가스사업부)와 관련 있는 채무만 책임지도록 조율하는 건 가능한데, 그마저도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 빚 1800억만 떠안으려면 채권단에 ‘상응하는 담보’ 제공해야

물적분할되는 특수가스사업부가 효성화학의 부채 3조원 중 특수가스와 관계있는 빚만 부담하려면, “신설 회사가 ‘출자한 재산에 관한 채무(신설 회사가 분할 회사로부터 승계한 영업에 관한 채무)’만 부담한다”는 내용의 분할 계획서를 주주총회 특별 결의로 승인받아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채권자 보호 절차도 이행해야 한다. 이의를 제출한 채권자에 대해서는 빚 변제 혹은 그에 상응하는 담보나 신탁 제공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만약 채권자가 이의를 제기한다면, 가장 좋은 채권자 보호 방법은 빚을 변제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효성화학은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만큼, ‘상응하는 담보나 신탁’을 제공하는 게 최선이다. 이 변호사는 “문제는 그 상당성을 판단하는 특별한 기준이 없다는 건데, 채권자가 인정하지 않으면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채권자로부터 이의가 제기되면 채무자는 추가 담보를 제시하고 협의에 나선다. 협의가 잘 이뤄지면 이의는 철회되고, 회사 분할 완료 후 등기 서류에 ‘채권자의 이의가 없었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대표이사 진술서를 넣는다.

효성화학은 채권자들과 이 같은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효성화학 측은 ‘순차입금 1800억원 보유’ 등 IM에 제시했던 투자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입장을 관철하려면 필연적으로 추가 담보 제공 등 채권자 보호 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M&A 전문 변호사는 “특수가스를 떼어낸 후 남은 폴리프로필렌(PP), PET필름 사업부의 자산만으로는 담보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주주 보유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효성화학의 최대주주는 지분 32.84%를 보유한 효성이다. 오너 일가 중에서는 조석래 명예회장(6.16%), 조현준 회장(7.37%), 조현상 부회장(6.3%) 등이 주요 주주다.

원매자들은 우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나서 부채 등의 조건을 테이블 위에 올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사모펀드 운용사(PE) 관계자는 “채무 연대 책임 조건은 지분 가격 등과 트레이드오프(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하는) 관계에 있다”며 “채무를 더 많이 떠안는 걸 받아들이는 대신 지분 가격을 더 낮추거나 풋옵션 계약을 맺는 등 여러 옵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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