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배상 결정' 시간 준 이복현…고민 깊어진 은행

이경남 2024. 3. 1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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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 관련 배상 기준을 내놓은 가운데 주요 판매사들에 의사결정의 시간을 주고 있는 분위기다.

그간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홍콩 ELS 배상 기준을 발표한 이후 주요 판매사인 은행의 수장들과 공식적으로 만나는 첫 자리인 만큼 홍콩 ELS 자율배상에 대한 강도높은 압박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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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ELS 논의 안했다"…은행장들도 '묵묵부답'
이사회·주총 등 굵직한 의사결정 앞둬…시간 준 금감원
천문학적 배상규모…자율배상 확답 못하는 은행들

금융감독원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 관련 배상 기준을 내놓은 가운데 주요 판매사들에 의사결정의 시간을 주고 있는 분위기다.

이번주 주요 은행들이 이사회, 주주총회 등 주요 의사결정을 위한 일정을 앞두고 있는 만큼 당분간 압박하지 않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그래픽=비즈워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어제(1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주요 시중은행장으로 구성된 은행연합회 이사회와 간담회를 가졌으나 홍콩 ELS와 관련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그간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홍콩 ELS 배상 기준을 발표한 이후 주요 판매사인 은행의 수장들과 공식적으로 만나는 첫 자리인 만큼 홍콩 ELS 자율배상에 대한 강도높은 압박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과 달리 이복현 금감원장은 자율배상에 대한 압박은 하지 않았다. 이복현 원장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날 홍콩 ELS 관련해서는 논의 한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간 주요 판매사들이 배상을 꺼리는 핵심 이유로 '배임'을 거론한 것을 정면 반박하며 자율배상을 압박해왔던 이복현 원장이 한 발 물러난 모양새다. 

이날 이복현 원장이 압박의 강도를 높이지 않은 것은 주요 판매사들이 핵심 의사결정 절차를 앞두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복현 원장은 "조만간 (은행들의)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이 있기 때문에 절차를 거쳐 각 사의 입장 정리 후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사실상 다음주까지는 시간을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배상 기준을 발표한 이후 논의를 위한 회의가 이제 막 들어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떻게 논의할지를 지켜보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오는 20일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21일에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22일에는 우리은행이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아울러 이 은행들의 모기업인 금융지주들 역시 오는 22일부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특히 주중 열릴 예정인 이사회에서 ELS 배상안이 주요 안건으로 올라가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복현 원장이 이날은 압박의 수위를 높이지 않았지만, 은행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난감하다. ELS의 판매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배상 규모도 클 수 밖에 없어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주요 은행장들 역시 ELS 배상 관련해 어떠한 논의를 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결같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 관계자는 "워낙 배상금액이 크다보니 일부 주주들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당장 주주총회가 코앞이지 않느냐"라며 "주주들의 의견, 법률적으로 추가로 검토해야 할 부분이 아직은 많이 남아있어 쉽게 배상 결정을 내리기는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홍콩 H지수가 지난달 말 수준인 5678포인트를 유지할 경우 올해 중 약 5조8000억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이 전망한 배상비율 20~60%를 적용하면 배상금액은 1조1600억원에서 3조4800억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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