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에 걸려, 부부합산에 막혀…특례대출, 맞벌이에겐 '그림의 떡'

정부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 주택담보대출의 소득요건 완화를 검토한다. 주택도시기금 재원과 가계부채 문제 등 고려할 사항이 많지만 합계출산율이 0.72명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저출산 정책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되는 분위기다.
1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고위)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주택대출 상품의 소득요건 완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토 대상은 저출산 극복과 직결되는 신혼부부 디딤돌·버팀목 대출과 신생아 특례 디딤돌대출 등이다. 이들 대출 상품은 주택도시기금으로 운영된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최근 본지 기자와 만나 "주택이 저출산에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여러 부처와 얘기를 나누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신혼부부에게 특례를 제공한다. 신혼부부 디딤돌대출이 대표적이다. 결혼 7년 이내의 신혼부부는 부부합산 연소득 8500만원 이하일 경우 연 2.15~3.25%의 금리로 주택구입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대출한도는 4억원이다.
신생아 특례 디딤돌대출 역시 마찬가지다. 부부합산 연소득 1억3000만원 이하면서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이내에 출산한 무주택 세대주는 연 1.6~3.3%의 금리로 주택구입자금을 빌릴 수 있다. 신생아 특례 디딤돌대출의 한도는 최대 5억원이다.
전세자금도 같은 맥락에서 부부합산 연소득 7500만원 이하인 신혼부부에게 연 1.5~2.7%의 대출금리를 제공한다.
문제는 소득요건이다. 신혼부부 디딤돌대출의 경우 소득요건이 부부합산 7000만원에서 8500만원에서 상향조정됐지만 중산층 맞벌이 부부는 해당 요건을 웃돌아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부부합산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신혼부부 사이에서 '결혼 페널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저고위 의뢰로 작성한 '저출산 분야 현안 분석 및 정책 발굴을 위한 심층연구' 보고서를 보면 조사 응답자들은 "주거 관련 정책은 소득 기준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해당 정책을 통해서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소득요건을 추가로 완화하거나 부부합산을 폐지하는 방안 등이 검토된다. 정책대상을 중산층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비교적 신중한 정부와 달리 정치권의 움직임은 활발하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 공약으로 예비부부와 결혼 후 1년 내 부부에 한해 주택구입 대출의 부부합산 소득요건을 현행 85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세자금의 소득기준 역시 기존 75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공약에 담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소득요건을 두고선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정부 예산이라고도 할 수 있는 주택도시기금의 재원 문제, 가계부채 문제 등도 고려해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생아 특례 디딤돌대출(신생아특례대출), 신혼부부전용 구입자금 대출(신혼부부대출) 등은 까다로운 소득 요건을 두고 있다. 대도시 '평균' 소득의 맞벌이 부부라면 혜택을 받기 쉽지 않은 만큼 높은 '허들'이다.
'1%대 대출금리'로 홍보되며 인기를 끈 신생아특례대출의 경우 소득이 현저히 낮아야 저렴한 이자를 받는다. 일정 소득 이상의 경우 '특례' 대출이 아니라 '일반' 대출에 가깝다. 포장은 저출산 대책으로 했지만 실제론 저소득층 지원책으로 설계된 때문이다. 대흥행을 해도 저출산 정책 효과는 거의 없는 아이러니에 빠진다.
실제 소득 구간별로 1.6~3.3%까지 나눠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현행상으론 가구당 평균 소득만 돼도 2% 후반대 금리를 부담한다. 신혼부부대출은 이보다 높은 3%대를 적용받는다.
부부소득을 합치는 기준 탓이다. 혼인-미혼, 맞벌이-외벌이 등을 구분하지 않는 데다 육아휴직자는 소득이 급감한 상황에서 재직 때와 동일한 이자 부담을 떠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출신청일 기준 2년 이내 출산 가정에 최저 연 1.6%의 5억원 한도'. 신생아특례대출은 출시 때부터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역대급 고금리 상황을 고려할 때 파격적 조건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다수의 부부는 2~3%대의 대출 금리를 안내받는다.
소득 등 자격 요건 때문이다. 기본 조건을 보면 '부부합산 연 소득 1억3000만원·순자산 4억6900만원 이하'다. 대상자가 많을 듯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소득 수준에 따라 금리차가 크다. 최저금리인 1.6%(10년 만기)를 받을 수 있는 소득 기준은 2000만원 이하다. 개인이 아닌 부부합산 기준이다. 이 또한 대출 기간을 30년으로 늘리면 1.85%로 오른다.
소득 2000만원 초과~4000만원 이하 구간(2.2%·30년 만기)에 속하면 대출 기간에 따라 금리가 2%를 넘는다. 8500만원 초과~1억원 이하, 1억원 초과~ 1억3000만원 이하면 30년 만기 기준 3.0%, 3.3% 금리를 적용받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우리나라 가구당 월평균 소득인 502만원. 연봉으로 환산하면 6024만원이다. 6000만원 초과 ~ 8500만원 이하(2.7%·30년 만기) 구간에 들어간다. 우리나라의 가구당 평균소득 가구가 2% 후반대 금리를 적용받는 셈이다.
당초 2%대 초반대로 금리를 앞세웠던 신혼부부대출의 소득 여건은 더욱 가혹하다. 소득 8500만원까지만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가구 평균 소득만 돼도 3.0%(30년 만기)이라는 금리를 적용받는다.
신생아특례대출 등의 부부합산 조건을 두고 문제제기가 적잖다. 외벌이·맞벌이는 물론이고 결혼·미혼 구분 없이 소득 요건이 동일한 탓이다.
맞벌이 부부는 부부 합산할 경우 소득이 크게 올라 형편상 낮은 금리를 이용하긴 힘들다. 이에 따라 저렴한 대출을 설계하기 위해 육아·부동산 등 커뮤니티에선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것뿐 아니라 아이를 부모 한쪽 호적에 올리지 않는 방식까지 논의하고 있다. 서류상 미혼모·미혼부를 만드는 셈이다.
신생아특례대출의 안내서를 보면 혼인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부부합산 소득이 적용된다. 신생아 기준의 가족관계증명서상 등재된 친부·친모의 소득을 모두 고려하게 돼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하위권 출산율을 경험하면서도 정책상 '결혼페널티(Marriage penalty)'가 여전하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결혼페널티는 기혼자가 미혼자보다 각종 정부 지원 등 혜택을 받는 데 불리한 경우다.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는 부부들은 또다른 난관을 경험한다. 대출 신청 시 소득을 고려할 때 휴직 이전 소득을 기준으로 금리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주 입장에선 재직 때보다 소득 여력이 크게 줄었음에도 동일한 대출이자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소득요건 자체가 타당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을 저출산 대책에서 홀대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단 비판이다. 저출산 대책의 핵심은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란 목소리도 같은 맥락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0.6의 공포, 사라지는 한국'에서 인용한 '소득 계층별 출산율 분석과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 100가구 가운데 저소득층 가구 수는 9가구가 채 안 됐다.
구체적으로 2010년 11.2%에서 2019년 8.5%로 10년 새 2.7%포인트(p) 내려갔다. 중산층 가구 비율도 같은 기간 42.5%에서 37.0%로 하락했다. 반면 고소득층 가구 비율은 46.5%에서 54.5%로 올랐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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