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봤더니] 크고 무거운 차는 몰기 어렵다? 선입견 깬 '제네시스 G90' [CarTalk]
좁은 통로선 적절한 경고음, '어라운드 뷰'
저속후진, 갑자기 나타난 행인에 자동 제동
이 크고 무거운 차를 잘 몰 수 있을까?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3,500cc급 세단 G90의 키를 받아 들자마자 든 생각이다. 하지만 운전대를 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같은 두려움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G90의 각종 안전장치 덕이다. 주행 상태를 파악하는 자동 차량감시체계(Automatic Vehicle Monitoring System)가 끊임없이 경고음, 경고문을 띄운다.
나도 모르게 차선을 넘는 순간 처음 듣는 경고음이 들린다. 운전석의 디스플레이 영상은 원래 가던 차로에서 차체가 벗어난 범위를 붉은색 그래픽으로 표시한다. 운전석에서 옆 차로를 볼 수 있는 확대경 같은 '후측방 모니터'다. 사이드 미러를 보지 않고도 주행 중 시야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신기한 것은 의도치 않게 차로에서 멀리 벗어날수록 운전대가 묵직해진다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제자리로 돌아가게 만든다.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로를 바꿀 때는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차선중앙유지 보조, 충돌회피조향 보조 기능이 켜졌기 때문이다.
좁은 통로 내려갈 때 안전성 극명
좁은 통로를 내려갈 때 이 차의 안전성은 더 두드러졌다. 폭이 좁은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로 들어선 뒤 차 몸체의 전후좌우가 벽면과 가까워질 때마다 적절한 경고음이 울리며 집중하게 만들었다. 후방주차 충돌방지 보조(PCA, Parking Collision-Avoidance Assist) 기능의 적용 범위를 차량의 측방, 전방까지 넓혀 충돌위험 감지 센서가 차량 곳곳에 달려 있는 것이다. 차량 주변 이미지를 360도로 보여주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로도 차량 주행 상태를 좀 더 편안하게 파악할 수 있다.
울퉁불퉁한 노면에서도 바퀴 4개가 힘을 나눠 부담하면서 차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느껴진다. G90에는 공기압이 스프링 역할을 대신하는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돼 있다. 주행 상황에 따라 에어 서스펜션의 강성을 세 단계로 조절하는 '멀티챔버 에어서스펜션' 시스템이 알아서 움직인다. 이를 통해 상황별로 최적의 승차감과 주행 안정성을 느끼게 한다는 설명이다.
무사히 지하주차장에 들어온 다음 차량이 후진할 때는 갑자기 나타난 행인 앞에서 스스로 멈춰서는 능력도 발휘했다. '후방교차 추돌방지 보조' 기능이 작동한 것이다. 저속 후진 중 보행자나 장애물과 충돌 위험이 감지됐을 때 경고를 보내고 필요시 긴급 제동으로 사고를 막는 역할을 한다.
속도 올려도 안정감, G90 모는 진짜 재미
만약 G90처럼 크고 무거운 차를 속도를 올리는 데만 초점을 맞춰 만들었다면 빠른 속도로 달릴 때 쾌감만큼 불안감도 클 것이다. 하지만 이 차의 매력은 속도감에만 있지 않았다. 충분히 빨리 주행해도 느껴지는 안정감이 진짜 이 차를 모는 재미였다.
짧은 시간에 속도를 올려도 다소 묵직했다. 오르막길 주행 시 무거운 차체의 영향으로 동력이 모자란 듯한 느낌도 없었다. 자동 기어 변속에 따른 속도 변화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노면 상황에 따라 전·후륜 구동력을 자동 배분하는 4륜구동(AWD)의 능력이다.
탑승자 편의 기능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문 안팎 손잡이의 버튼을 누르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뒷좌석에 탑승자를 태운 뒤 깜빡 문을 연 채로 출발해도 스스로 닫는다. 뒷좌석 창문이 올라온 뒤에도 닫힘 버튼을 계속 누르면 차광막이 올라온다. 차량 시트에 숨겨진 7개의 공기주머니가 주행 중 쏠림에도 운전자가 균형을 잘 유지하게 돕는다. 운전대에 손만 얹고 차를 몰 수 있는 반자율주행 기능도 갖췄다.
뒷좌석에는 버튼 조작으로 움직이는 발걸이는 물론 안마의자 기능도 들어있어 안락한 승차감을 돋운다. 소비자 선택에 따라 앞좌석에도 설치 가능하다. 내부 공기 상태를 실시간 측정해 정화하는 공기 청정 체계도 갖췄다. 터널뿐 아니라 공기가 탁한 도로 위를 지날 때도 자동으로 창문을 닫고 가동한다. 최고급 오디오 브랜드인 뱅앤드올룹슨의 프리미어 3D 사운드 시스템을 채택했으며 차량 내에 달린 스피커가 23개나 된다.
도로 위 존재감... 평균 출고가 1억1000만여 원
외관도 참하다. 역동적 우아함을 콘셉트로 만든 전장 5,275㎜의 차체와 20인치 휠이 도로에서 존재감을 뽐낸다. 후드에서부터 트렁크까지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는 측면부 디자인을 보면 미니멀리즘(단순미를 강조하는 경향)이 느껴진다. 전면부의 제네시스 패밀리 룩(통일된 디자인)인 방패 형태의 그릴 옆 두 줄의 헤드램프가 곡선으로 측면까지 뻗어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후면부도 이 같은 디자인 콘셉트를 유지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랜저보다는 곡면을 살려 입체감이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G90의 출고가는 9,445만 원~1억4,173만 원인데 평균 출고가가 1억1,000만 원을 넘는다. 원형 손잡이를 돌려 기어를 바꾸는 전자식 변속 조작계(SBW)에 익숙해지는 데도 상당 시간이 걸린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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