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병원마저 집단행동 언급... 소아 환자 부모들 '한숨'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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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 앞.
아이가 세 살 때부터 이 의원 야간진료를 이용했다는 김씨는 "아이들은 밤에 돌발적으로 아픈 경우가 많은데, 이곳마저 낮에만 운영한다면 소아환자는 어디로 가야하나"며 불안해했다.
소아환자 부모들은 대학병원들이 사실상 소아 응급진료를 보지 않기 때문에 동네 병원의 야간·휴일 진료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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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 “큰 병원 응급실은 받아주지도 않아"
"여기가 근처에서 유일하게 밤에 문 여는 소아과거든요. 그런데 앞으로 일찍 문 닫으면 어떡하나요?"
18일 서울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 앞. 초등학생 아이가 아파 이곳을 찾은 김지영(45)씨의 걱정이 이어졌다. 전공의(집단사직)와 의대 교수(사직 결의)에 이어, 개원의들마저 야간·휴일 근무를 축소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아이가 세 살 때부터 이 의원 야간진료를 이용했다는 김씨는 "아이들은 밤에 돌발적으로 아픈 경우가 많은데, 이곳마저 낮에만 운영한다면 소아환자는 어디로 가야하나"며 불안해했다. 실제로 김씨가 사는 이 자치구에서 평일 야간 진료가 가능한 곳은 이 의원 단 한 곳뿐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개원의들도 근무 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항의에 나설 조짐을 보이자, 영유아를 둔 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전날 열린 학술 세미나에서 "개원의들 사이에는 토요일이나 야간에 진료하지 않고 주 5일(40시간)만 근무하는 '준법 진료' 얘기가 나온다"며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까지 병원을 떠나겠다고 하니 우리(개원의)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개원의 진료시간 축소가 현실화하면 가장 불편을 겪는 이들은 소아환자와 그 부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문을 닫은 소아청소년과가 속출해 '오픈런'이나 '응급실 뺑뺑이' 사례 이어지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동네 소아과의 야간·휴일 진료까지 중단되면 불편이 더 커질 수 있다.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들의 진료 축소가 현실화할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운영 중인 야간·휴일 소아의료체계가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부터 경증 소아들이 평일 오후 9시까지 외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우리아이 안심의원'을 운영하는데, 이런 안심의원(개원의 운영)은 현재 서울 시내 10곳에서 운영 중이다.
오후 9시 이후 심야시간과 휴일에도 소아 진료를 볼 수 있는 보건복지부 차원의 '달빛어린이병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평일 밤 12시까지, 그리고 토·일·공휴일에도 소아 경증환자를 진료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은 이달 기준 전국 75곳에서 운영 중인데, 이중 약 41%(31곳)가 개원의로 구성된 1차 의료기관이다. 정부는 최근 달빛어린이병원 확충안을 내놓았지만, 소아과 개원의들까지 집단행동에 관여하게 되면 정책 차질도 예상된다.
소아환자 부모들은 대학병원들이 사실상 소아 응급진료를 보지 않기 때문에 동네 병원의 야간·휴일 진료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지난해 10월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409개 응급실 중 시간·연령·증상 제한 없이 24시간 상시 소아 응급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92곳(22.5%)에 불과했다. 7세 아들이 감기에 걸려 소아과를 찾은 오선영(43)씨도 "토요일엔 오픈 1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줄을 서야 진료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주말에도 소아과를 찾는 부모들이 많다"며 "동네 병원까지 파업 영향을 받으면 여러모로 불편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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