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관 질환·화상에 5조, 소아과·분만에 3조 쓴다

조백건 기자 2024. 3. 19.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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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필수 의료에 10조 이상 투입
尹대통령 “미래 내다보고 후배 설득해 달라”- 1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는 모습. 윤 대통령은 이날 의료진 간담회에서 “앞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후배(전공의)들을 설득해 달라”고 했다. /대통령실

정부가 본격적인 ‘필수 의료 살리기’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18일 환자 생명과 직결된 외과·산부인과·소아과·응급의학과 등 필수 의료 분야의 수가(건강보험이 병원에 주는 돈)를 대폭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고위험·저보상’인 필수 의료 분야의 수가 체계를 수술해 의대 증원으로 늘어날 의사들이 필수 의료 분야로 더 많이 지원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정부 브리핑에서 “현행 수가 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며 “난도와 업무 강도가 높은 필수 의료 분야가 제대로 보상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심뇌혈관 질환, 화상, 접합, 소아외과 분야에 총 5조원 이상을 투입한다”며 “저출생 탓에 수요가 감소한 소아과와 분만 등에는 총 3조원 이상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또 심뇌혈관 환자, 중증 소아 환자의 신속한 치료를 위한 의료진 공유 등 연계·협력 사업에도 2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초 2028년까지 총 10조원 이상을 필수 의료 분야에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전국 의대 40곳의 내년도 입학 정원을 20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거점 국립대 의대 정원을 200명으로 맞추고, 정원 50명 미만인 ‘소규모 의대’ 규모는 100명 안팎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지역 거점 국립대 의대 규모가 서울대·연세대 등 서울 주요 의대보다 커진다.

복지부는 이날 의료계의 ‘의대 증원 반대’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원장과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에게 3개월 면허 정지 처분을 내렸다. 전공의 집단 이탈 후 의사에게 내려진 첫 행정 처분이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필수 의료 분야의 수가 인상 방침은 해당 진료과 의사들이 오래전부터 정부에 요구해 온 사안이다.

정부는 이전에도 ‘필수 의료 수가 인상’을 여러 번 밝혔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는 수가 산정에 압도적 영향을 미치는 ‘상대 가치 점수’를 손보겠다고 밝힌 점에서 과거와 많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필수 의료는 상대 가치 점수를 높이고 다른 비(非)필수 의료는 이 점수를 낮추겠다는 뜻이다. 상대 가치 점수는 규정상 5년마다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상대 가치 점수를 거의 손대지 않았다. 특정 진료과의 점수를 올리면 다른 진료과는 내려야 하는 구조 때문이다. 점수가 떨어지는 진료과의 반발을 우려해 ‘몸통’인 상대 가치 점수 조정은 사실상 하지 않았다. 대신 부차적 가산율(가산 수가)을 조금 올리는 식으로 ‘땜질 처방’만 했다는 지적이 많다. 그 결과 필수 진료과인 산부인과는 분만을 할수록, 신경외과는 뇌혈관 수술을 할수록 적자가 나는 기형적 구조가 굳어 필수 의료를 붕괴 직전까지 내몰았다.

우리나라 필수 의료 수가는 해외 주요국에 비해 상당히 낮다. 의협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뇌혈관 내 수술’ 수가는 142만원으로 일본의 700여 만원에 비해 21% 수준에 그친다. ‘두개 내 종양 적출술’의 우리 수가는 245만원으로 일본의 15%다. 관상동맥 우회술 비용도 미국이 7만6385달러(약 1억160만원)인데, 우리나라는 10분의 1도 안 되는 7323달러(약 974만원)다. 독일은 우리의 2.4배 정도인 1만7667달러다. 담낭 절제술도 미국은 1만6287달러, 독일은 6058달러인데 우리나라는 1147달러에 불과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외과 수술 수가는 아직도 원가의 81.5%다. 수술할수록 손해가 난다는 얘기다. 반면 혈액 검사 등 검체 검사의 원가 보전율은 135.7%, 영상 검사는 117.3%에 이른다. 상대 가치 점수가 외과 수술은 낮고, 각종 검사는 높은 왜곡된 구조 때문이다. 2020년 기준으로 의료 행위에 지출한 건강보험 재정 41조6041억원 중 검체 및 영상 검사에 13%인 5조여 원이 투입된 반면, 수술에는 7.7%인 3조2215억원이 들어갔다. 복지부는 “먼저 상대 가치 점수 개편 주기도 2년으로 단축하고, 이후 매년 상시 조정 체계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비필수 진료과의 반발이 있더라도 필수 의료 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수가를 계속 조정해 가겠다는 뜻이다.

☞수가(酬價)

건강보험공단이 병원 진료과별로 수술 등 의료 행위에 건당 지급하는 돈이다. 작년 기준 수가가 적용되는 의료 행위는 전체의 75%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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