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 여론 듣고 공천한 與, 수도권 민심 알 턱이 있나
서울 지역구 중 응답자 86%가 '50대 이상'인 곳도
실제 인구 대비 약 2배 과다 대표…민심, 왜곡·편향
도태우·장예찬, 열흘 넘게 끌다가 '뒤늦은 공천 취소'
이종섭·황상무 논란에도 늦은 대처…'민심 오판' 영향
제22대 총선이 22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수도권에서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천 막판 후보자들의 '막말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지지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천 과정에서 후보들의 경쟁력을 조사할 때 연령별 가중치 등 조정값을 부여하지 않고 주로 50대 이상에게만 의견을 물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자료를 토대로 지역 경쟁력을 따졌고 경선을 실시했다. 민심이 왜곡·편향될 수밖에 없었던 구조였던 셈이다.
민심과 괴리가 있는 후보들의 공천은 결국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파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공천'을 진행하면서 한동안 보수층에 과표집된 여론조사로 인해 '지지율 상승세'라는 착각에 빠졌던 대통령실이 이른바 '런종섭 사태' 등 악재를 촉발했다는 지적이다.
여권에 선거 막판 다시 들이닥친 '수도권 위기론'은 여론으로부터 귀를 닫아 자초한 필연적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경선 여론조사 60대 이상이 67%…인구 대비 2배 과다 대표
1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하태경 의원과 이혜훈 전 의원이 붙었던 서울 중·성동을 경선 당시 일반 여론조사에서 총 1001명에게 '어떤 후보가 적합한지' 의견을 물었다. 해당 지역은 중도층이 많은 수도권이기 때문에 일반 여론조사가 80%, 당원 여론조사가 20%씩 반영된다.
문제는 여론 조사에 참여한 1001명 중 50대 이상이 857명으로 85.61%에 달했다는 점이다. 20대는 25명(2.49%), 30대는 50명(4.99%), 40대는 69명(6.89%)에 불과했다. 50대를 제외하고 60~70대만 떼어놓고 봐도 669명(66.83%)으로 과반을 훨씬 넘게 차지한다.
반면 서울시 표준인구로 조정한 해당 지역의 50대 이상 인구 비율은 48.4%에 그쳤다. 60대 이상은 전체 인구의 30%에 불과했다. 여론조사에서 50대 이상의 의견이 두 배 가까이 과다 대표된 셈이다.
이는 서울뿐만 아니라 경선이 치러진 모든 지역구에서도 동일하게 벌어진 현상이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경선) 여론조사에 역(逆) 선택 방지를 넣었고, 연령대별로 최소 20대가 몇 퍼센트, 30대가 몇 퍼센트 등 비율을 따로 정하지는 않았다"며 "전화를 받은 분이 일반 국민이면 그대로 전화받고 응답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경선이 치러지지 않은 곳에서도 경선 배제(컷오프) 및 단수·우선 추천 등을 위해 공천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경쟁력 조사'를 진행했는데, 마찬가지로 연령별 가중치 등은 고려되지 않았다고 한다. 민심(民心)이 정확하게 반영되기 어려운 조사를 근거로 후보를 공천한 것이다.
왜곡·편향된 민심…도태우·장예찬 '뒤늦은 공천 취소'
이를 두고 당이 왜곡·편향된 여론조사에 근거해 민심을 읽고 있으니 굵직한 논란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수도권은 정책이나 현안에 따라 지지 정당이 달라지는 중도층이 많은데,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경우가 대구 중·남구에 공천을 받았다가 '5·18 북한 개입설'을 주장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취소된 도태우 변호사다. 최초 논란이 터졌을 당시 당에서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오히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우리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당"이라며 해당 발언을 수용하는 듯한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논란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약 열흘 동안 '공천→재검토→공천 유지→공천 취소'라는 촌극을 빚었다.
과거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연일 재조명되며 '막말 논란'을 빚다가 공천이 취소된 장예찬 전 최고위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처음 '난교 발언'이 나왔을 때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다가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공천을 철회했다. 당시 당내 수도권 후보들 사이에선 "부산에서야 장예찬 본인은 당선이 되겠지만, 수도권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민심 오판으로 지지율 17%p 폭락…'수도권 위기론' 재부상
특히 수도권에서의 낙폭이 컸다. 서울 지역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1.0%로 전주(38.6%)보다 7.6%p 내렸다. 앞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서울에서 1월 4주차에 33.8%를 기록한 이후 34.0%→36.2%→36.6%→37.5%→48.0%로 올라 5주 연속으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후 38.6%로 한번에 9.4%p 떨어지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고점(48.0%)과 비교하면 3주 사이 17.0%p나 급락한 셈이다.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황상무 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 등 대통령실발(發) 악재도 여기에 기름을 끼얹는 형국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즉각 귀국', '자진 사퇴' 등 발언을 하면서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대통령실이 사실상 이를 거부하면서 수렁 속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반면 3월 초까지의 여권 지지율 상승은 민주당 내부의 공천 잡음으로 인한 '착시 현상'이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공천 과정에서 민주당 내 친문, 친명, 비명 등 계파 갈등이 폭발하자 전통 지지층이 지지를 철회하거나 관망하는 기류였던 것에 반해, 보수층에서는 '조용한 공천'으로 지지층이 결집해 상대적으로 과표집된 측면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편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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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서민선 기자 sm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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