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부터 대학까지, 화천의 ‘무한 돌봄’
지난 12일 오후 강원 화천군 돌봄커뮤니티센터. 초등학교 1학년생 12명이 원어민 교사 사만다(30)씨의 영어 질문에 영어로 답하고 있었다. 영어 유치원이 월 100만원 안팎을 받는데 이곳은 무료다. 원어민 영어뿐 아니라 시간표에 따라 테니스·요리·바이올린·드럼 등도 가르친다. 서울 사립초의 특별 활동 과목을 연구해 시간표를 짰다고 한다. 초 1·2학생 80명을 오후 7시까지 돌봐준다. 수도권에서 영어·요리·스포츠·음악 등을 다 배우려면 월 200만원도 모자랄 수 있다. 그런데 화천 돌봄센터는 간식비로 월 2만~3만원만 받는다. 화천군은 국비 100억원과 군 예산 등 216억원을 들여 지난달 27일 이 센터 문을 열었다.
화천군 주민이 아이를 낳으면 2주간 산후조리원 비용 180만원을 지원받는다. 군은 2022년 조리원을 직접 지었다. 중·고생을 대상으로 무료 기숙학원도 운영한다. 대학등록금까지 지원한다. ‘요람에서 대학까지 책임진다’는 것이다. 화천군은 1년 예산 5000억원 중 최소 250억원(5%)을 돌봄과 교육 등에 쓴다. 지난해 화천군 합계 출산율은 1.26명으로 전국 평균(0.72명)보다 0.5명 이상 높았다. 강원 평균은 0.89명이었다. 화천군 관계자는 “돌봄센터 개관에만 10년 가까운 시간을 들였다”며 “저출생 극복 정책은 금방 효과가 나지 않기 때문에 멀리 보고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아이들에 대한 투자가 지역 소멸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최 군수는 2014년 첫 당선 직후 교육과 복지를 묶어 ‘교육복지과’를 신설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처음이라고 한다. 이후 결혼·출산·영유아·청소년 등 사업에 2025년까지 국비 포함 2500억원을 투자하는 10년 계획을 세우고 지금까지 추진하고 있다. 2022년 군수 3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육아와 교육에 예산을 더 배정하려고 매년 주민 설명회를 여는데 모두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화천=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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