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도 이상하고 공수처도 이상하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종섭 호주 대사의 즉각 귀국과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이 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나경원·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과 가깝다고 알려진 총선 출마자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는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때문일 것이다. 특히 수도권 출마자를 중심으로 선거가 어려워졌다는 호소가 이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많은 국민이 윤 대통령의 이런 모습을 의아해하고 있다. 국민의힘 요청이 어려운 문제도 아닌 데다,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선거에 해가 될 것이 분명한데 총선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윤 대통령이 왜 거부하는지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대사에 대한 공수처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지금 이 시기에 꼭 출국시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가 적임자라면 국내로 돌아와 필요한 사법 절차를 마치고 언제든 다시 출국하면 된다. 1년 넘는 대사 자리 공백은 세계 주요국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황 수석의 ‘기자 회칼 테러’ 언급은 당시 테러를 당한 기자의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이 일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언론의 자유와 언론 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 철학”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황 수석은 윤 정부의 국정 철학과 어긋나는 말과 행동을 한 것이고, 이는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두 사람에 대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무슨 일이든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국정 책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도 국민 여론을 악화시켜 국정 수행에 장애가 될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그게 민심을 반영하는 길이다.
한편으로 이 대사를 수사 중인 공수처의 태도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 사안은 이 대사가 국방장관 재임 당시 발생한 해병대원 사망과 관련해 수사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이다. 사안이 복잡할 것도 없고, 관련 내용도 다 드러나 있어 오래 걸릴 수사가 아니다. 그런데도 공수처는 지난 1월 해병대 간부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했을 뿐 핵심 관련자들은 소환 조사도 하지 않았다. 고발 후 6개월간 사실상 수사를 안 하고 있다. 작년 12월 이 대사를 출국 금지해 놓고 정작 소환 조사도 하지 않았다. 수사 대상자의 손발만 묶으려는 것 아닌가. 공수처가 수사를 제때 끝냈다면 애초 이런 문제는 생기지도 않았다.
이 대사는 “공수처가 요청하면 언제든지 귀국해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공수처는 “정치적 고려 없이 수사한다”고 하지만 이 상황에서 시간을 끄는 것부터가 정치적이다. 이 대사를 소환 수사해 혐의 여부를 판단하고, 정부는 이에 따라 이 대사 문제를 결론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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