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퇴직 아쉬웠는데… 출근 도장 다시 찍으며 제2의 인생”
KT, 퇴직자 ‘컨설턴트’로 재고용… 크라운제과-현대엘리베이터 등
정년 늘리거나 재계약 제도 도입… 기업은 우수인력으로 인력난 해소
혈압계 비치-사내 간호사 채용 등 업무 환경도 고령 친화적으로 개선
법정 정년(60세)과 상관없이 재고용이나 자체적인 정년 연장을 통해 고령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젊은 인력을 구하기 힘들고, 기존 중장년 직원들의 숙련기술을 대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 때문이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에서 선정한 중장년 고용 우수기업을 중심으로 이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봤다.
● 정년퇴직자 재고용으로 인력난 해소
KT 전체 직원의 60%는 50대 이상이다. 오랫동안 일한 직원들이 정년에 가까워지면서 매년 1000여 명이 퇴직한다. 장기간 역량을 쌓은 직원들이 한꺼번에 이탈하는 현상은 회사에도 큰 부담이었다. 2018년 시니어 컨설턴트 제도를 도입한 이유다. KT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도 기존에 업무를 훌륭하게 수행하던 분들이 더 일하면서 후배들에게 전문성과 업무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이 필요했다”며 “지원 경쟁률이 1.5 대 1에 이를 만큼 중장년 직원들의 호응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KT는 사내 전직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정년퇴직을 앞둔 직원을 대상으로 다른 회사로의 재취업, 창업 등 ‘제2의 인생’ 설계를 돕고 있다. 퇴직 예정자의 90% 이상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또 시니어 컨설턴트로 재고용하는 비율을 첫해 10%에서 점진적으로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정년퇴직자 약 600명을 그룹사의 안전보조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크라운제과는 2016년 회사 정년을 62세로 연장했다. 정년 이후에는 원하는 사람에 한해 6개월 단위로 재고용하는 촉탁제도를 도입했다. 지방 공장을 중심으로 인력난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김종구 인사노무팀장은 “요즘 청년들이 생산직, 2교대 근무를 선호하지 않아 신규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동시에 정년퇴직하는 직원이 늘면서 인력 공백이 컸다”고 설명했다. 크라운제과에서는 정년퇴직자의 50% 정도가 재고용을 선택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60세 정년퇴직 이후 촉탁 계약을 통해 최대 3년간 더 일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근로자는 능력을 발휘해 계속 일할 수 있고, 회사는 중장년 우수인력의 업무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50대 이상 직원 비중이 약 28%인 SK에코플랜트 역시 정년퇴직자를 1년마다 재계약하는 촉탁직으로 고용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언제든 일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 현장에는 70세 근로자도 있다”고 말했다.
● 고령자 친화적 작업환경 마련해야
직원 절반가량(53%)이 50대 이상인 ‘하이원SC’는 안전관리자 2명과 간호사 1명을 채용해 직원들의 안전과 건강을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 형광조끼, 발판이 설치된 작업대 등 안전을 위해 필요한 물품도 지원한다. 청소, 방역, 경비,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회사는 지역 주민들이 설립한 강원랜드의 협력업체다. 인력난 때문에 2020년 정년을 63세로 늘리는 등 중장년 인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정년 이후에도 원하면 촉탁직으로 재고용한다.
김철희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고령 인력이 중요한 인재로 활용될 것”이라며 “기존 직원을 잘 교육해서 숙련된 고령 인력으로 활용하고, 작업환경도 그에 맞춰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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