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셀럽 덕에 되찾은 문화재

김지현 하버드대 풀브라이트 방문학자(유네스코한국위원회) 2024. 3. 1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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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선 화려한 자선 파티인 ‘멧 갈라’가 열린다. 유명 패션 브랜드를 입은 스타들이 총출동해 세계적 문화재 사이에서 멋진 포즈를 취한다. 지난 2018년 최고 셀럽인 킴 카다시안 역시 눈부신 황금빛 드레스를 입고 당시 새롭게 공개된 이집트 황금관 옆에 섰다. 그녀의 사진은 사방으로 퍼졌고, 이는 불법 문화재의 반환이라는 엉뚱한 나비효과로 이어졌다.

그녀가 옆에 섰던 유물은 2017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400만달러를 주고 구매한 기원전 1세기경 클레오파트라 시대의 고위 사제 ‘네제만크(Nedjemankh)의 황금 관’이었다. 그런데 그 사진이 우연히 이집트 관계자의 눈에 띄면서, 이 관이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이집트 혁명기의 혼란을 틈타 도굴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유물 반출 증명서가 치밀하게 위조되어 여러 국가를 거쳤고, 마침내 뉴욕에 이른 것이었다.

이집트 정부는 바로 환수를 요청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불법 문화재를 전시한다는 비난 앞에 결국 급하게 황금관을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메트로폴리탄 같은 대형 박물관이 어렵게 얻은 유물을 이렇게 신속하게 돌려준 경우는 많지 않다. 여러 전문가들은 킴 카다시안의 사진으로 유물이 전 세계적 관심을 받은 것이 박물관에 큰 압력이 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우리에게도 지난 12일 강화전쟁박물관의 어재연 수자기(帥字旗)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일이 있다. 이 수자기는 1871년 신미양요 때 미 해군에 빼앗겼다가 2007년 장기 대여 형식으로 국내에 들어온 것이다. 미 해군사관학교가 특별전 준비를 이유로 반환을 요구했는데, 향후 재대여에 유보적인 것으로 알려져 다시는 수자기를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킴 카다시안의 황금관처럼 셀럽을 통해 높아진 사람들의 관심은 복잡한 법적 문제들을 의외로 쉽게 풀리게 한다. 전 세계적으로 한류가 기세를 높이고 유명인사도 많아진 지금, 문화재 환수에 있어서도 국민이 바라는 기적 같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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