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준의 포스트잇] [24] 사악한 정치의 경제적 은유
과거를 망각하거나 아름답게 포장하는 인간의 뇌를 경계한다. 그럼에도, 언제부터 한국 정치가 이 정도로 역겹고 저질이었던가 싶은 요즘이다. 정치인과 유권자 대중의 타락에 대해 경고하는 이론은 적잖다. 그것들에 따라 현실을 파악하려 애써 보지만, 우리의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펼쳐지는 아수라장에는 별 소용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분석을 포기할 수는 없다. 우울이 절망보다는 위로가 되는 난세(亂世)이기 때문이다.
미국 흑인 노예해방과 남북전쟁에 관해서는 수많은 연구가 있다. 그중 하나가 자유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식이다. 참고로 나는 ‘자본주의’ 대신 ‘자유 시장경제’를 주로 쓴다. 자본주의는 ‘자본론(Das Kapital)’ 때문에 부정적으로 낙인찍힌 억울한 단어다. 권력은 언어를 새로 만들거나 다르게 규정하는 자에게 있다. 자본주의라는 말을 쓰는 모든 사람들은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마르크스를 권력자로 모시고 있는 셈이다. 아무튼 요점은, 노예제는 전쟁이 아니라 자유 시장경제가 전 세계로 번져나가면서 자연 소멸해 간 것이며, 이는 미국 남부에서조차 마찬가지’였을 거라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 이외의 어느 나라에서도 노예를 해방하기 위해 전쟁을 한 경우는 없다.
1790년부터 1800년까지 자유인이 된 흑인 노예는 미국 전체에서는 82%가, 남부 대서양 연안주들에서는 97%가 늘었으며 모든 흑인 중 16%가 자유인이었다. 이 상승 곡선을 남부의 주들에서는 여러 법적 장치를 강화하거나 제정해 꺾어버리고 흑인 노예제도를 사수한 것이다. 남북전쟁으로 북부 2200만, 남부 900만 인구 중 군인 70만명이 죽었다. 미국이 양차 세계대전, 6·25전쟁, 베트남 전쟁에서 잃은 군인들을 합친 수보다 많다. 북부군 흑인 병사는 18만명 중 4만명이 전사했다. 사람들은 노예제가 자본주의의 산물이라고 누명을 씌우는데, 진실은 정반대다. 자유 시장경제가 비도덕적이며 비효율적인 노예제를 철폐시켰다.
브라질은 서반구에서 가장 악랄하고 폭넓게 노예제를 활용했고 1888년에 가서야 지구 상에서 가장 늦게 노예제를 철폐했지만, 여전히 낙후한 나라였다. 브라질이 나아진 것은 유럽 이민자들 덕택이다. 그들은 수백 년 동안 지속된 노예제도가 못한 산업 발전을 자유 시장경제로 두 세대 만에 이룩했다.
한국 정치가 전락해 가는 것은 그 옛날 미국 남부에서와 같은 역리(逆理)가 반동(反動)을 자행하는 탓이다. 정치적 자유 시장을 가로막고 정치적 노예제를 가동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국회의원 비례대표는 한국 정치를 시궁창으로 만들기를 넘어서 나라를 위험하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해악은 재앙이 될 것이다. 어서 없애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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