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미래 사피엔스] [51] 영화 ‘듄’의 교훈
할리우드 미남 배우 티모테 샬라메 덕분일까? 영화 ‘듄: 파트2′가 국내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SF 영화들이 특히 국내에선 매번 흥행에 실패했던 사실을 기억하면 놀란 만한 일이다. 더구나 듄은 쉬운 영화가 아니다. 몇 만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벌어지는 방대한 세계관에다 철학과 종교적인 내용들로 가득하다.
빛보다 빠른 우주선을 타고 은하계 행성들을 여행하지만, 내비게이션에 필요한 계산은 컴퓨터의 도움 없이 사람이 직접 해야 하고, 우주 세력 간의 전투에서는 칼과 단검이 사용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1965년에서 1985년 사이 SF 작가 프랭크 허버트가 출간한 듄 시리즈에는 ‘오렌지 가톨릭 성경책’이라는 세계 종교를 융합한 경전이 등장한다. 그리고 경전은 이렇게 명령한다. “인간의 정신과 유사한 기계를 만들지 말지어다!” 덕분에 인공지능으로 진화할 위험성이 조금이라도 있어 보이는 컴퓨터는 사용할 수 없고, 로봇과 컴퓨터를 비밀리에 개발하거나 사용하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 왜 이런 극단적인 규정이 만들어진 걸까?
듄 세계관의 우주에서 인류는 이미 수만 년 전 고도로 발달한 문명을 만들어내지만, 기계가 모든 노동을 해주는 세상에서 인간은 지루함과 무기력에 빠진다. 이때 스스로를 ‘타이탄’이라고 부르던 사회 혁명가들은 새로운 계몽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혁명에 성공한 타이탄들은 얼마 후 잔인한 독재자들로 인해 타락하고, 자아와 정신을 가지게 된 인공지능은 타이탄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인류를 멸종시키려고 한다. 기계와의 오랜 전쟁에서 결국 인류가 승리하지만, 멸종의 위기를 경험한 인류는 생각하는 모든 기계를 파괴하고 극단적인 반기계 문명과 종교를 만들어 낸다.
기계가 생각을 하는 순간 인류가 멸종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기존 SF 영화의 메시지를 넘어 듄은 또 다른 교훈을 주고 있는 것이다. 문명과 기술을 포기하는 순간 인류를 기다리는 것은 막연한 행복이 아닌, 종교적 근본주의와 중세기적인 세상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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