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프리우스보다 3배 높다, 국내 전기차 ‘전비왕’은

김아사 기자 2024. 3. 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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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에너지공단 통해 조사해보니
현대차 중형세단 아이오닉6 1위
그래픽=김현국

국내에 출시된 전기차 중 전비(電比)가 가장 좋은 차는 현대차 중형 세단인 ‘아이오닉6′로 나타났다. 반면 벤츠와 BMW, 볼보 등 주요 수입차 업체의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낮은 전비를 나타냈다. 전비는 내연기관차에서 쓰는 ‘연비’를 전기로 대신한 개념이다. 내연기관 시대엔 독일, 일본 업체가 엔진 성능과 연비 경쟁을 이끌었지만, 전기차 시대엔 현대차가 가장 앞선 전비를 선보이는 셈이다.

본지가 한국에너지공단을 통해 국내에 출시된 전기차의 전비를 살펴보니 아이오닉6는 Kwh(킬로와트시)당 6.2㎞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연비 개념으로 환산하면 60㎞/L 정도다. 도요타의 프리우스(20.9㎞/L)보다 3배가량 높은 수치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비가 미래차 경쟁력의 한 축이라고 보고 이를 늘리는 경쟁에 돌입했다. 전기차는 충전 불편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데다, 향후 대형·고급 차량이 늘어날수록 전비 격차가 커지며 구매에 미치는 영향이 증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했다 하더라도 전비에 따라 주행거리가 달라지는데, 이를 위해 차량의 무게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배터리 관리 시스템, 열 관리, 공기 역학 분야 등에서 기술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전비 (電比)

전비는 내연기관차의 연료 효율을 나타내는 ‘연비’를 전기로 대신한 개념이다. 연비는 리터(L)당 주행거리(㎞)로 표시하지만, 전비는 KWh(킬로와트시)당 주행거리(㎞)로 표시한다. 미국 에너지부는 연료의 순발열량과 힘 등을 따져 전비를 연비로 환산할 경우,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3배가량 높은 연비를 나타낸다고 본다.

그래픽=김현국

◇격차 크지 않지만, 아이오닉6가 전비 1위

전기차 전비는 국내 업체 차량이 앞선 경쟁력을 보였다. 다만 내연기관차의 연비보다는 아직 격차가 크지 않았다. 중형 세단인 아이오닉6에 이어 테슬라 모델3(6.1km/Kwh), 현대차 코나EV(5.8km/Kwh). 푸조 e208(5.7km/Kwh), 기아 EV6(5.6km/Kwh) 등이 상위권을 나타냈다.

연비의 대명사로 불리는 일본차 중엔 렉서스 RZ450e가 5.4 km/Kwh로 가장 높았고, 닛산 리프가 5.2 km/Kwh를 나타냈다. 전기차 전문 업체인 폴스타의 폴스타2, 테슬라의 모델Y RWD는 5km/Kwh를 나타냈다. 국내에서 판매량이 가장 많은 수입차 업체인 BMW와 벤츠, 볼보의 대표 전기차인 i5와 EQE, C40리차지는 4.6으로 다소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준대형 차량인 기아 EV9(4.2)이나 벤츠 EQS, BMW i7(3.8)도 하위권을 기록했다.

아직 전기료가 킬로와트시당 300원대라서 충전 비용 차이는 차량별로 연간 5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1년에 1만5000㎞를 주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효율이 좋은 아이오닉6의 연간 충전 비용은 84만원(347.2원/kWh)을 기록했고, 벤츠 EQE 113만원, BMW i7은 137만원을 나타냈다. 그러나 향후 충전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한 데다,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이나 세제 지원 등도 축소되고 있어 전비가 높은 차를 선호하는 분위기는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사이드 미러 크기 줄이고, 앞면 그릴 열고 닫기도

완성차 업계에선 이미 전비를 늘리기 위한 기술 경쟁이 시작됐다. 전기차 충전 속도가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데 시간과 기술의 성숙이 더 필요한 것도 이 같은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최근 자동차 범퍼와 앞바퀴 사이에서 자동으로 위아래로 움직이는 가림막을 설치해 공기 저항을 줄이는 특허를 출원했다. 현대차는 조만간 이를 양산차에 적용할 예정이다. 부품을 작게 하거나 아예 없애 공기 저항을 줄이기도 한다. BMW의 경우 공기 저항을 줄이는 휠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이를 통해 공기저항계수(Cd)를 0.015줄였다고 밝혔다. 이 계수를 0.01 낮추면 배터리 용량을 1.1kWh 증대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업체별로 사이드 미러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있는데 이 역시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열 관리 부문도 전비를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장 부품의 폐열을 흡수해 배터리 온도와 효율을 유지하는 히트 펌프는 전비를 늘리는 대표 상품이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차량 앞부분의 그릴을 자동으로 열고 닫아 외부 공기를 유입시키고 배터리 냉각을 돕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를 통해 주행거리가 약 20㎞ 늘어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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