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23] 금붕어 샹들리에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2024. 3. 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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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르 장 갈, 샹들리에, 1818~19년, 청동에 도금, 유리와 철 등, 119.5 × 99 cm. 로스앤젤레스 J. 폴 게티 박물관 소장.

사치에 상상이 더해지면 예술이 된다. 프랑스 공예가 제라르 장 갈(Gérard Jean Galle·1788~1846)의 샹들리에가 그렇다. 황금빛 별이 가득한 파란 천구(天球)가 두둥실 떠있고 이를 둘러싸고 사자 몸통에 독수리 머리와 날개를 가진 환상의 동물 그리핀이 날아오르며 촛대를 떠받든다. 그 사이사이 화려한 넝쿨이 자라나 역시 촛대를 이루는 데, 모두 열여덟 개의 금빛 촛대는 정교하게 가공한 크리스털로 연결됐다.

해가 떨어져 실내에 어둠이 깔릴 때, 천장 높이 매달린 샹들리에를 끌어내려 열여덟 개의 초에 불을 밝히면 방안에는 순식간에 찬란한 빛이 퍼지며 온기가 감돌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갈은 샹들리에 아래 반구형 유리 수조를 매달아 물을 붓고 금붕어를 풀어 놓게 했다. 불 밝힌 샹들리에가 천장 높이 올라가면 화려한 불빛 아래 유영하는 금붕어들을 따라 일렁이는 물결이 온 방에 그림자처럼 퍼질 것이다. 샹들리에 하나에 하늘과 바다, 햇빛과 파도, 상상의 동물과 현실의 동물을 다 담았으니 놀랍지 않은가.

갈은 고가의 시계와 촛대 등으로 유명했던 금속 공예 장인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젊었을 때는 나폴레옹 군대에서 정예 병사로 활약했다. 그가 가업을 이을 수밖에 없었던 건 1814년 나폴레옹이 몰락하면서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부친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공방으로 돌아온 갈은 전통 공예에 현대 문물을 결합했다. 둥근 구형 아래 매달린 수조는 사실 당시 최신 발명품으로 폭발적 인기를 누리던 열기구에서 영감을 받은 것. 그러니 그의 샹들리에는 다만 하늘과 바다를 닮았을 뿐 아니라, 그 가운데를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담았다. 놀라운 발상에 감탄하고 나니, 갑자기 애꿎은 금붕어가 딱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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