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이유 있는 사과값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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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사과 한 개를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영국 속담이 있다.
사과는 한국인에게 '소울 식품'으로 불린다.
통계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물가상승률을 이끈 주범은 사과를 포함한 신선과일이다.
사과와 인플레이션을 조합한 '애플레이션'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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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과값이 미쳤다. 통계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물가상승률을 이끈 주범은 사과를 포함한 신선과일이다. 신선과일은 41.2% 급등했다. 32년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사과는 1년 전보다 무려 71% 폭등했다. 사과와 인플레이션을 조합한 ‘애플레이션’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치솟은 사과 가격은 대체재인 귤, 배 등 다른 과일 가격을 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급한 대로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등 수입 과일에 부과하던 관세를 면제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언발에 오줌 누기다.
이유가 있다. 자연재해 등으로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1년 전의 56만6000t에서 30% 감소한 39만4000t에 그쳤다. 절대적인 재배면적도 줄었다. 가장 큰 원인은 기후변화다. 사과는 연평균 기온 8~11도, 생육기 평균기온 15~18도인 비교적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란다. 대구·경북 지역은 아직도 전국 사과 재배면적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한반도가 더워지면서 사과 재배 지도가 점차 북상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의 사과 재배면적은 2만151㏊로 30년 전인 1993년(3만6021㏊) 대비 44% 감소했다. 대구도 같은 기간 447㏊에서 86㏊로 5분의 1토막이 났다. 반면 강원의 사과 재배면적은 30년 전보다 250%가량 늘었다. 50년 후면 일부 강원도 지역에서만 사과를 키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현재 오렌지, 포도, 망고 등 30여개 과일이 수입되고 있지만 사과는 식물 위생·검역조치에 따라 수입이 힘들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3745달러에 달한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소고기 등 3대 육류 소비량이 쌀보다 많아진 부자나라다. 그런데도 대다수 서민들에게 사과가 ‘그림의 떡’이 되고 있으니 씁쓸할 따름이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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