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캐치볼

2024. 3. 18.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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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곳을 오래 보면 오래된 것들이 보인다.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우리를 데려다 놓을 것이라고.

"아늑히" 먼 것들이.

시인은 이야기해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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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우
한곳을 오래 보면 오래된 것들이 보인다.
하늘이 된다.
숲 멀리 던진 공을 사이에 두고
혼자가 되게 한다.
 
겨울 숲의 이야기는 끝이 난 지 오래,
아늑히 멀다라는 말은
최선을 다해 이파리가 바스락거리는
우리가 흔들리며 매달린 유일한
초록,
 
이리와, 하고 부르면
달려가 와락 껴안을 수 있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할 수 있지,
지금 너는 내게 공을 가져와야 하는데
 
기다려,
하고 눈을 감으면 믿고 싶은 것들만 제자리에 살아 돌아온다
지난 저녁, 봄 냄새가 짙은 집 앞 공원에는 캐치볼을 하는 연인이 있었다. 조심스레 던져진 공은 아슬아슬 아주 간신히 가 닿거나 자주 빗나갔다. 그 어설픔 때문에 사랑의 공놀이는 더 낭만적으로 느껴졌는데…. 잰걸음으로 공원을 벗어나 집을 향해 걸으면서 나는 괜히 쓸쓸한 생각을 했다. 초록이 저문 공원과 돌아오지 않는 공과 텅 빈 하늘, 우두커니 혼자 선 한 사람에 대해.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우리를 데려다 놓을 것이라고.

하지만 어떤 간절함은 잠시 잠깐 시간을 돌려세우기도 할까. “기다려, 하고 눈을 감으면” 믿고 싶은 것들이 제자리로 살아 돌아오기도 할까. “아늑히” 먼 것들이. 시인은 이야기해 주는 것 같다. 한 번 던져진 공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우리가 오래 바라보는 그 하늘 가운데 아직 매달려 있다고. 그러니 최선을 다해 기다릴 것. “이리와, 하고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 와락 껴안을 수” 있도록.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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