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서울서 열린 민주주의정상회의에 화상 연설…중국 반발

윤 대통령 “가짜뉴스가 민주주의 체제 위협”
대만 참석에 중국 외교부는 반발
“한국, ‘하나의 중국’ 준수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장관급 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서울에서 개막한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회의)에서 대만의 탕펑(오드리 탕) 디지털 장관이 화상으로 연설하면서 “대만은 민주주의의 섬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중국 정부는 대만의 회의 참가에 반대 입장을 밝히며 한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탕펑 장관은 이날 오후 인공지능(AI·에이아이)·디지털기술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진행된 전문가 라운드테이블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대만은 국내외에 다양한 연결을 구축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탕 장관은 “올해 40개국에서 선거가 진행되는데 인공지능으로 인해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대만은 에이아이가 안전하게 발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탕 장관은 화상으로, 량광중 주한 대만대표는 직접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차 회의에서도 대만은 탕펑 장관을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시켰다. 천재 프로그래머 출신인 탕펑 장관은 디지털 기술과 민주주의에 대한 적극적인 활동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2021년 미국 주도로 꾸려진 회의체로, 중국 견제 성격을 띤다. 이번 3차 회의는 ‘미래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를 주제로 서울에서 오는 20일까지 열린다. 정부는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탕핑 장관의 연설 사실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고 대면 참석이 아닌 화상 연설을 하는 형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어떤 형식으로든 대만이 회의에 참석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신임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국이 대만 당국을 소위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초청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린 대변인은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분할 불가능한 일부분이며,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전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라며 “중국은 한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대만 독립 세력에 무대를 만들어주는 일을 중단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민주주의 정상회의 장관급 회의 환영사에서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가 민주주의 체제마저 위협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번 회의 계기로 방한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오찬을 겸한 회담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두 장관은 규범 기반 국제질서 수호 의지를 재확인하며 우크라이나, 중동, 남중국해, 대만 문제 등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이 자리에서 필리핀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충돌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