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는 자산시장…‘고’냐 ‘스톱’이냐, 연준 패에 달렸다

김경민 기자 2024. 3. 18.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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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생산자물가 예측치 넘는 상승에
기준금리 인하 6월 뒤로 밀릴 우려
과열 판단에 차익실현 움직임 겹쳐
이번주 주요국 통화정책회의 주목

‘엔비디아 지금 들어가야 하나요?’

연초부터 우상향 곡선을 그리던 자산들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주식부터 금, 비트코인 등 모든 자산의 가격이 뛰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가 지난주를 기점으로 한풀 꺾인 후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으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계획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자산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움직임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주 연준 등의 통화정책 발표를 앞두고 마주한 매수와 매도의 갈림길에서 투자심리는 요동치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달 대비 0.6% 상승해 예측치(0.3%)를 크게 상회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1.6% 올라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PPI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연준의 기대와는 달리 ‘끈적한 인플레이션’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의 예상치인 6월보다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물가가 잡히지 않을 경우 ‘신중론’을 이어가고 있는 연준이 섣불리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6월 기준금리를 내릴 확률은 지난 8일 73.34%에서 PPI 발표 다음날인 15일 58.48%까지 낮아졌다.

연초부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랠리를 이어온 자산들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제히 하락했다. PPI 발표 직후 미 증시와 코스피지수가 모두 하락 마감했다.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4일 7만3000달러(약 9730만원) 선을 웃돌았지만 15일 6만6000달러(약 8798만원) 선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통화정책의 향방만이 랠리에 제동을 건 것은 아니다. 과열된 시장은 이미 ‘조정’의 기미를 보였다. 연고점이 이어지자 각종 자산에서 차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커졌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는 지난 7일 주당 926.69달러(약 123만원)로 고점을 찍은 이후 6거래일 중 하루를 제외하곤 모두 하락했다. 기술주가 강세를 보이는 나스닥지수와 미국 반도체 기업을 모아놓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모두 동조화 흐름을 보였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4월분)은 지난 11일 온스당 2188달러로 장을 마치는 등 파죽지세를 이어갔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2150달러 선까지 떨어진 상태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 영향에 상승세가 유난히 강했던 금 선물에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소폭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선 ‘밸류업’ 기대주인 은행주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에서도 과열 조짐이 보인다고 판단해 조정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조정장세에 접어든 자산들이 혼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투자자의 눈은 이번주로 예정된 주요국 통화정책회의에 쏠린다. 통화정책이 시장의 기대에 벗어나지 않으면 랠리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대의 경우엔 자산시장에 변곡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행은 한국시간으로 19일, 미 연준은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결정 결과를 발표한다. 특히, FOMC 점도표에서 위원들의 금리 전망이 변동될 경우 연내 금리 인하 횟수가 3차례에서 2차례로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조정장이 ‘추가 매수’의 기회가 될지, ‘추가 매도’ 타이밍이 될지는 연준의 손에 달려 있는 셈이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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