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미 일각 ‘총리 교체론’에 “건망증 있나” 강력 반발
트럼프 “빠른 종전 필요” 첫 촉구에 네타냐후 입지 축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가 미국 일각에서 제기된 ‘총리 교체’ 주장에 대해 강한 어조로 반발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을 중단하라는 국제사회 요구에도 “건망증에 걸린 것 같다”며 거부 의사를 재차 밝혔다. 하지만 최대 우군으로 꼽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까지 조속한 종전을 강조하면서 네타냐후 총리 입지가 더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17일(현지시간) CNN과 인터뷰하면서 자신을 포함한 이스라엘 지도부 교체를 주장한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발언에 대해 “선출된 지도부를 끌어내리라는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총리 교체는) 이스라엘 대중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우리는 ‘바나나 공화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바나나 공화국은 특정 농산물이나 원자재 수출에 기대 경제 체제를 가까스로 유지하고, 독재와 부패로 신음하는 권위주의 국가를 낮춰 부르는 용어다. 그는 또 “이스라엘인 다수가 나와 정부를 지지한다”며 “슈머 원내대표가 이스라엘 정부 정책을 반대한다면 이는 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국민을 반대하는 꼴”이라고 했다.
유대계 미국인으로 미 정계에서 대표적인 친이스라엘 인사로 분류되는 슈머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상원 연설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중동 평화의 장애물”이라며 이스라엘이 조기 총선을 열어 네타냐후 총리를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도 “좋은 연설”이라고 호응하자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미 정부와 여권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각료회의에선 가자지구 공격 중단을 요구하는 미국 등을 겨냥해 “국제사회 친구들에게 나는 ‘건망증이 있는가. 그래서 홀로코스트 이후 최악이었던 지난해 10월7일 유대인 학살을 그렇게 빨리 잊었느냐’고 묻고 싶다”며 “전쟁을 멈추라고 하는 사람들은 이스라엘군과 정부, 총리에 대해 거짓 주장을 하고 전쟁 중에 총선을 치르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지상군을 투입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그는 “국제사회 압박이 아무리 커져도 하마스를 소탕하고 인질을 석방하겠다는 우리의 목표를 꺾지는 못할 것”이라며 “라파 작전에 몇 주가 걸리겠지만 어쨌든 시행할 계획”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이스라엘을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선 “우리가 많은 사람을 그곳(라파)에 가둬둔 상태에서 (작전을) 수행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마저도 빠른 종전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군 투입 계획이 다소 어그러졌다는 시각도 있다.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당신은 (전쟁을) 끝내야 하며, 이를 빠르게 해야 한다”며 “우리에겐 중동과 전 세계 평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개전 후 전쟁 종식을 촉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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