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씨앗 1.5%’로 국회에 갇힌 정치를 되찾아 올 ‘기후시민플랫폼’을 제안한다[기고]

기자 2024. 3. 18.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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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청소년, 인권, 노동, 종교, 여성, 교통, 동물권 등 다양한 사회 의제별·지역별 단체 350곳 이상이 기후위기비상행동을 만들어 활동한 지 5년째에 접어든다. 그사이 총선과 지방선거 그리고 대선이 한 차례씩 지나갔다.

2020년 총선에서는 ‘기후비상선언결의안’ ‘국회 내 특별위원회 설치’ ‘탈탄소사회 전환 기반마련’ ‘기후위기대응법 제정’을 제안했다. 제안대상의 64%가 응답했으며 응답자의 96%가 동의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2020년 하반기에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이, 2021년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이, 2022년에 국회 내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추진되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제안 상당수가 반영된 셈이다.

그런데 왜 한국은 여전히 기후악당이라는 평가를 받고 국회는 온실가스 감축보다는 신공항 건설과 같은 탄소배출 사업에 골몰할까. 선거 시기에 습관처럼 반복하는 공약 제안이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제안하는 측에서는 후보자가 막상 당선되더라도 약속을 지키라며 책임을 묻기 어렵다. 제안받는 측에서는 제안된 내용을 ‘될 수 있게’ 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을 앞세운다. 이런 상황이 바뀌지 않는 조건에서 아무리 기후총선이니 기후정치를 말해도 정치인들의 뻔한 립서비스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비관론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 국회에 직접 별도의 기후시민의회를 설치하기도 한다. 영국의회가 ‘멸종반란’ 등 기후운동의 요구를 수용해 설치했던 기후시민의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과정을 연구한 정치학자 레베카 윌리스는 정치인들이 기후의제에 대해 당사자가 아니라 외부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고, 재선을 가장 중요한 정치적 선택의 기준으로 삼으며 무엇보다 의회의 작동원리 자체가 기후 문제와 같은 큰 문제를 다루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래서 기후위기의 문제를 다룰 땐 기후재난의 당사자 혹은 당사자로 인식하는 시민들이 정치의 주체로 나서야 하고, 재선과 같은 정치적 목적 바깥에 있는 정치세력화를 시도해야 한다. 나아가 추상적인 슬로건에 대한 동의가 아니라 구체적인 행위를 통해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평가를 하고 기후위기의 문제를 구체적인 지역 문제들과 연계시키는 활동으로 구체적인 사례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다양한 조사를 통해 나타난 한국의 기후유권자 규모는 전체 유권자 10명 중 3명으로 보인다. 최소한 기존의 지지를 철회할 정도로 기후의제에 대해 우선순위를 두는 유권자 규모다.

하지만 현재 정당이나 후보자들은 이 규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골목골목 다니는 버스가 많으면 좋겠다는 시민들이 아무리 많아도 주택가 가로주차를 확대해달라는 목소리의 힘이 더욱 세다. 앞의 시민은 다수이지만 보이지 않고 뒤의 시민은 소수이지만 보이기 때문이다. 즉 눈앞에 구체적인 대상, 그것도 정치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주장의 구체적인 힘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기후유권자의 규모를 확인할 뿐 구체적인 세력화가 되지 않으면 정책의 그린 워싱(녹색분칠)을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기후씨앗 1.5%’ 조직사업을 시작했다. 2050년까지 지구기온 상승을 1.5도 내로 제한해야 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라면 상징적으로 전체 유권자의 1.5%(66만명)가 구체적인 기후시민으로 등장해서 기후위기 문제를 가장 우선하는 정치 과제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이다.

단순히 서명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시민플랫폼(voteclimate.kr)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 거리의 후보자 포스터와 배송될 정책 자료집을 평가하고 공유한다. 지역별로 기후시민모임을 진행하고 지역 후보자뿐만 아니라 총선 이후 지역정치인에 대한 정책과제를 제안한다. 나아가 별도의 기후정치모임을 만들고 새로운 형태의 정치세력화를 모색해본다. 이 과정을 통해 기후유권자의 투표권은 기후시민의 시민권으로, 그리고 다양한 기후재난의 당사자들이 생존권과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요구로 세분화되고 구체화될 것이다.

선거 시기만 반짝 하는 정치운동이 아니라 향후 3년을 바라보는 기후정치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바로 ‘기후씨앗 1.5%’다. 차림표를 독점한 정당들의 총선 식당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삼삼오오 모여서 같이 밥을 짓자. 정치는 그렇게 국회에서 시민들에게로 돌아온다.

김상철 위원장 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정치특별위원회

김상철 위원장 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정치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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