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선진국이라더니 빛 좋은 개살구였네”…‘주80시간’ 전공의 빠지면 대학병원 휘청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대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한 지 한달이 되는 1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교수들 이탈 사태까지 현실화되면 대학 병원은 그 기반까지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줄도산 사태를 우려했다.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로 대학병원의 민낯이 들어났다. 반면 중급병원을 포합해 1~2차 의료기관들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이탈한 환자들을 너끈히 받아내면서 건강한 의료전달체계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18일 기준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병상가동률은 약 60% 수준이고 고대안암병원은 50%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방 상황은 더 심각해 부산대병원 병상 가동률은 40%대로 급락했다.
병상 가동률이 떨어져 매출은 줄었지만 투입되는 비용은 그래로 여서 하루 수억원대의 적자가 쌓이고 있다. 대부분의 대형 병원이 한도를 늘린 ‘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티고 있지만 2~3개월이 한계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줄도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상급종합병원들이 인건비가 싼 전공의들에게 진료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게 하면서 피교육생 신분인 전공의의 역할이 수련보다는 과중한 업무에 쏠려 있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전공의의 주당 업무 시간은 80시간이 넘는다. 보건 의료 인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전공의인 인턴과 레지던트의 연봉은 각각 6882만 원, 7280만 원으로 전문의 평균 연봉인 2억3690만 원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빅5 병원 중 한 곳의 병원 관계자는 “대학병원 환자 구성이 중증환자 40%, 경증환자 60% 구조인데 현재 병상가동률은 대부분 경증환자가 빠져 나간 것”이라며 “경증환자가 빠져나가면 대형병원은 수익을 보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정부는 2025년부터 국립대병원과 지역 수련병원을 시작으로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전문의 배치 기준을 강화해 전문의 고용 확대를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 설립 시 의사 배치 기준을 개정, 전공의를 전문의의 2분의 1로 산정하도록 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료개혁 4대 과제 중 하나인 의료 전달체계 개편을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 환자, 종합병원은 ‘중등증’ 환자, 동네 병의원은 ‘경증’ 환자 대응과 진료에 각각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임상·연구·진료 역량을 균형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국립대병원 등 거점병원이 ‘권역 필수의료 중추 기관’이 되도록 육성하고, 일부 상급종합병원은 ‘고도 중증진료병원’으로 기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려면 2차 의료기관의 의뢰서를 갖추도록 하는 등의 방침도 세웠다.
정부는 1∼3차 의료기관 간 진료협력체계 구축을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는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도 한다. 이에 따라 권역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지역 내 필수의료 네트워크를 구성하는데, 권역별로 3년간 최대 500억원 규모로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으로부터 환자를 받아서 치료할 수 있는 ‘특수·고난도 전문병원’을 특화하고,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조속히 제도를 개선한다. 역량 있는 전문병원에 더 많은 보상을 하고, 상급종합병원의 환자를 전문병원으로 옮겨 치료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경증환자나 중증이 아닌 만성질환자들도 그동안 대형 병원을 많이 이용했다”며 “앞으로도 이들이 비대면으로 진료를 보고 처방을 받을 수 있다면 대형 병원의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비대면 진료가 개방된 유럽 국가의 의사들이나 환자들이 비대면 진료 문제로 시달리지 않는 것도 주치의제가 확립돼 있기 때문”이라면서 “비대면 진료 전면 시행의 선행 과제는 환자와 의사 사이 활발한 정보 공유에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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