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저가 매수 '실종'…엔비디아·반도체는 역대급 순매수[서학픽]
[편집자주] 서학개미들이 많이 투자하는 해외 주식의 최근 주가 흐름과 월가 전문가들의 평가를 분석해 소개합니다.
서학개미들이 미국 증시에서 8억달러에 육박하는 역대급 규모의 주간 순매수를 나타냈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AI(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에 핵심적인 반도체주와 급등세를 보여온 비트코인 관련 투자가 늘어난 가운데 대규모 순매도 종목은 실종된 결과다.
테슬라의 경우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어김없이 들어왔던 저가 매수세가 끊기며 순매수 상위 10위권에서 이탈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 6~12일(결제일 기준 지난 11~15일) 사이에 미국 증시에서 7억8646만달러를 순매수했다.
급등세를 이어오던 엔비디아와 미국 증시가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이 때가 기회"라는 생각에 대규모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에 베팅하는 자금도 증시로 대거 흘러 들어왔다.
지난 6~12일 사이에 S&P500지수는 1.9%, 나스닥지수는 2.0%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13~15일에는 S&P50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3일 연속 하락하며 1.1%와 1.8%씩 내려갔다.
지난 6~12일 사이에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엔비디아로 1억9470만달러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엔비디아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로 따르는 그래닛셰어즈 2배 롱 엔비디아 데일리 ETF(NVDL)도 6962만달러의 매수 우위로 순매수 상위 3위에 올랐다. 이 기간 동안 엔비디아 상승 베팅 규모만 2억6432만달러에 달했다.
엔비디아 순매수는 주가가 5.6% 급락한 지난 8일과 2.0% 하락한 지난 11일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엔비디아의 주가 조정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고 18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엔비디아의 GPU(그래픽 프로세싱 유닛) 테크놀로지 콘퍼런스, GTC가 주가에 상승 촉매가 될 것이란 믿음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서학개미들이 2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였다. SOXL은 1억3141만달러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서학개미들은 직전주까지 2주간은 반도체주 조정을 예상하며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반대로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배 ETF(SOXS)를 대거 순매수했는데 반도체주에 대한 심리가 바뀐 것이다.
서학개미들이 SOXS를 8322만달러 순매수했던 지난 2월21일부터 3월5일까지 2주간 SOXS는 26.7% 급락했다. 서학개미들은 결국 지난 6~12일 사이에는 SOXS를 2507만달러 순매도하며 손절매했다.
서학개미들은 미국에 상장된 25개 반도체기업으로 구성된 지수를 추종하는 반에크 세미컨덕터 ETF(SMH)도 1844만달러 순매수했다.
이외에 서학개미들은 엔비디아와 AMD 등의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대만 TSMC ADR(미국 주식예탁증서)을 6900만달러 순매수했다. 반도체 솔루션 회사인 브로드컴도 1689만달러 매수 우위를 보였다.
반면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데이터센터용 GPU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려 시도하며 주가가 급등한 AMD는 1922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서학개미들은 현물 비트코인 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함께 비트코인 보유량에서 세계 1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마이크로스트레티지를 6672만달러 순매수했다.
또 비트코인 선물지수의 하루 상승률을 2배 추종하는 2배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BITX)에 대해서도 3909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와 BITX 모두 2주째 순매수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글로벌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그래닛셰어즈 2배 롱 코인베이스 데일리 ETF(CONL)도 1984만달러 매수 우위를 보였다.
반면 암호화폐 채굴기업인 마라톤 디지털 홀딩스는 762만달러 순매도됐다.
AI 데이터 분석업체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도 직전주까지 순매도가 이어지다 지난 6~12일 주간에 3028만달러 순매수로 돌아섰다.
주가 200달러가 깨지면서 직전주까지 10주 연속 순매수가 지속됐던 테슬라는 막상 주가가 180달러까지 뚫고 내려가자 순매수 상위 10위권에서 사라졌다. 계속되는 주가 하락에 저가 매수조차 부담스러워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테슬라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티렉스 2배 롱 테슬라 데일리 타겟 ETF(TSLT)는 2364만달러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일반적인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세가 계속되며 손실이 쌓이자 저가 매수를 중단한 반면 단기 차익을 노리는 레버리지 투자자들은 단기 반등에 베팅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난 6일 180달러가 깨진 테슬라는 지난 13일에는 170달러마저 붕괴됐고 지난 15일 163.5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는 차익 실현이 계속되며 2553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도 1729만달러와 1426만달러 순매도됐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주가 급등세가 계속되고 있는 음성인식 AI 회사인 사운드하운드 AI가 차익 매물로 382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낸 것도 눈에 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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