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회칼 테러’ 언론겁박 황 수석 감싸고도는 대통령실

한겨레 2024. 3. 1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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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비시 잘 들어"라며 현역 군인들의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거론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사퇴를 거부하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황 수석은 이 일이 알려진 지 이틀 만인 지난 16일 "언론인과 사건 피해자 유가족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며 4줄짜리 사과문을 대통령실 출입기자 알림방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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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지난 1월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엠비시 잘 들어”라며 현역 군인들의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거론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사퇴를 거부하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황 수석은 이 일이 알려진 지 이틀 만인 지난 16일 “언론인과 사건 피해자 유가족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며 4줄짜리 사과문을 대통령실 출입기자 알림방에 올렸다. 거취 표명 없는 짤막한 사과문을 단톡방에 올리는 것으로 넘어가려는 것이다. 유가족과 기자를 만나 사과하거나 국민을 향해 머리 숙이는 성의조차 보이지 않았다. 사안의 심각성을 애써 무시하려는 대통령실의 인식 수준이다.

대통령실은 18일 “특정 현안과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본 적이 없다”는 언론 공지까지 내며, 황 수석에 대한 사퇴 요구를 사실상 일축했다. ‘압력 행사가 없었다’는 주장 자체가 황당하다. 특정 언론을 지목해 “1988년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쓴) 기자가 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며 공권력을 동원한 테러를 상기시키는 발언을 한 게 협박이 아니면 뭔가. 문화방송(MBC)이 계속 현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하면 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고 겁박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마저 17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고, 본인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셔야 한다”고 했겠는가.

황 수석 발언이 단순한 말실수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그간 지속적으로 진행해온 언론 압박 때문이다. 특히 문화방송에 대해선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해임 처분하고, 법원 결정으로 무산되자 국민권익위원회를 동원하는 등 집요하게 매달려왔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문화방송의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중징계 조처를 내리는 등 각종 법정 제재를 남발했다. 최근엔 심지어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통해 날씨 뉴스에 파란색 숫자 ‘1’ 그래픽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법정 제재를 전제로 한 제작진 의견진술을 듣기로 의결하는 등 압박과 제재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면서도 대통령실이 “언론의 자유 존중이 국정철학”이라고 주장하니, 어이가 없다.

대통령실이 이를 조금이라도 불식하려면 황 수석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 대통령실이 지금처럼 계속 황 수석을 감싸고도는 건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용인한다는 뜻인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심은 권력의 오만과 독선을 언제까지 참고 기다려주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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