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기후변화 재무정보공시가 필요한 이유

2024. 3. 1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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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측면에서 기후변화가 어떤 리스크인가에 대한 논의는 주로 거시적 차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미시적 차원의 논의, 특히 생산을 담당하는 경제 주체인 기업에 기후 리스크는 무엇이며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이제 막 시작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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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기후리스크 인한 타격
생산공정·공급망 전반에 영향
경영자 미리 대응 하지 않으면
금융·투자자에 피해 전가돼

경제적 측면에서 기후변화가 어떤 리스크인가에 대한 논의는 주로 거시적 차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미시적 차원의 논의, 특히 생산을 담당하는 경제 주체인 기업에 기후 리스크는 무엇이며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이제 막 시작된 수준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 상장기업의 93%가 기후변화로 인한 직간접적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기업이 당면한 기후 리스크는 세 가지 범주로 나뉜다. 첫 번째 범주는 기후변화에 의한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영향으로 해수면과 기온의 상승, 기상이변의 강도와 빈도 증가 등에 의해 발생한다. 이러한 물리적 위험은 기업의 자산을 파괴하거나 생산 공정 자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2016년 나미비아에서 발생한 극심한 가뭄이 이 지역 코카콜라 생산을 중단하게 만든 것이 대표적인 예다.

두 번째 범주는 예측할 수 없는 날씨와 잦은 기상이변으로 인해 기업의 공급망이 타격을 받을 위험이다. 지금처럼 기업이 국제 공급망에 의존하는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서는 소규모의 국지적인 공급 중단이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파급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간과하기 어려운 리스크다. 세 번째 범주는 비물리적 리스크로 정부의 규제, 소비자 선호의 변화, 기업 밖 이해관계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한 리스크다. 2014년 말레이시아에서 극심한 가뭄이 발생하자 현지 정부는 격일로 사용량을 제한하는 물 배급제와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그러자 세계 최대 고무장갑 제조업체인 탑글로브와 슈퍼맥스는 생산량을 줄이거나 평소보다 10배의 비용을 들여 물을 트럭으로 운송해야 했다.

세 범주의 리스크는 별도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서로를 증폭하며 리스크의 크기를 키운다. 게다가 세 범주 모두 엄청난 수준의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은 리스크 측정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그간 경영 전략을 결정할 때 사용되던 기법들, 일례로 순현재가치평가(NPV) 모형은 영향이 어떤 규모로 언제 발생할지에 대한 가정을 필요로 하는데 기후 리스크의 특징상 이를 특정하기 어렵다. 게다가 기존의 모델은 미래에 대해 높은 할인율을 적용한다. 이는 당장의 일이 아니면 의미를 과도하게 축소해버리는 경영기회주의나 단기주의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기후 문제에 대한 기업의 근본적인 대응을 어렵게 한다.

그래서인지 S&P 글로벌 100대 기업 중 28%만이 기후변화가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평가했으며 이 중 비전문적인 평가를 제외하면 그 비중은 18%로 줄어든다. 기후 리스크 평가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리스크에 대한 대응은 기대하기조차 어렵다.

경영자가 기후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해 대응하지 않으면 리스크는 기업과 연관된 금융 부문과 투자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줄이고자 하는 시도가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시 제도다. 이 제도의 핵심은 기업이 기후 관련 리스크와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에 관한 기업 이사회 및 경영진의 결정을 일반에게 공개하도록 하고, 일반인과 투자자가 기후변화 관련 기업의 관리 체계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업이 기후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할 유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외에 규모와 내용은 다르지만 글로벌 바이어와 협력사들 사이, 투자자와 기업들 사이에서도 기후변화 관련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기업이 적정한 평가 방식을 찾아 기후 리스크를 평가하고 체계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 경쟁사보다 빠르게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때가 온 것이다.

[오형나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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