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행동 한 달, 국민 건강 위협에 손 놓은 국회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나선지 18일로 한 달이 됐지만 정부는 물론 갈등을 조율해야 할 국회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부 입장에 보조를 맞추는 수준에 그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와 의료계 모두 편들기 어려운 상황에서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여야가 4·10 총선 공천에 매몰돼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와 관련한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한 달 째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2000명 증원, 의료계는 현원 유지로 평행선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그 동안 정치권은 총선에 나설 지역구 후보를 공천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가끔 지도부 발언과 논평으로 입장을 내놓긴 했지만 여당은 정부의 강경한 입장에 보조를 맞추는 수준이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5일 논평에서 “의대 정원 확대는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달린 문제이기에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지금이라도 돌아와 환자들 곁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은 타협을 고려치 않는 모습이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거듭 “의료인들은 즉각 복귀해 주시고, 정부는 단계적 의대 증원으로 파국을 막아달라”(이날 중앙선대위 회의)고 호소하지만 메아리 없는 함성에 그치고 있다. 의대 증원 규모를 줄이고 ‘여야·정부·의료계 포괄 4자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민주당의 제안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5일 “민주당이 의료 파업에 사실상 힘을 보탰다”며 “민주당이 스스로 정치쇼의 주인공이 되려는 것”이라고 거부했다.
민주당은 정부보다 의사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큰 상황에서 주도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26일 “정부가 일부러 2000명 증원을 들이밀며 파업 등 과격 반응을 유도한 후 애초 목표인 500명 전후로 타협하는 정치쇼”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반응이 좋지 않자 의대 증원 이슈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정략적으로 악용하고 있다”(지난 11일 충남도당 간담회)는 정도의 공세에 그쳤다. 민주당이 제안한 ‘여야·정부·의료계 포괄 4자 협의체’는 여당의 반대에 직면한 후 동력을 상실했다.
관련 상임위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이번 사태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고 휴업 상태다. 복지위 소속 여야 의원들 다수가 낙천하거나 힘겨운 경선을 거친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사태 장기화로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야당에서 정부를 압박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김부겸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정부가 증원 숫자 2000명만 고집하면서 의사 집단 전체를 범죄인으로 매도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되지 않는다”며 “정부의 위압적 대응이 가장 큰 문제다. 설득을 통해 이해 당사자들이 만족스럽지 못해도 수용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위 소속 강은미 녹색정의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주 내에 복지위 전체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그는 “양당 공천이 마무리된 만큼 공천 결과와 관계없이 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책임감을 갖고 긴급현안 질의를 통해 의료대란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복지위를 당장 개최해 정부와 의료계 간 협상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밝혔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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