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영, 99% 빚 내 양평땅 개발…'父 찬스 대출' 의혹
국민의힘 동작갑 장진영 예비후보가 법인 명의로 경기도 양평 공흥리에 토지 약 2500평을 80억 원 정도에 매입,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개발업’ 등을 하는 이 법인은 장 후보 부부가 대표와 감사를 맡고 있는 사실상 가족기업이다.
장 후보의 법인은 부동산 매입, 개발 과정에서 장 후보 부친이 이사로 재직했던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토지 담보 대출을 받았다. 매입 이후 받은 대출까지 더하면 대출 금액은 토지 매입 자금의 99% 정도에 달한다. 장 후보 측이 매입한 땅에는 현재 식자재 마트가 들어서 있다.
장 후보 측이 평당 약 250~325만 원 정도에 매입한 이 땅의 현재 시세는 낮게는 평당 600, 높게는 평당 1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변호사 및 국민의힘 동작구 당협위원장 등을 역임한 이력으로 이번 총선에 나선 장 후보는 “본인은 변호사 외에도 부동산 개발업을 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가 아니며 정당한 부동산 개발”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장진영 후보의 부동산 개발회사와 ‘양평 공흥리 땅’
뉴스타파가 입수한 주식회사 ‘밸류업 코리아’의 법인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장진영 후보의 가족 회사다. 장 후보가 사내이사, 장 후보의 아내가 감사를 맡고 있다. 설립 자본은 5000만 원, 생필품 판매업 및 부동산 개발 등을 한다고 돼 있다. 2021년 1월 설립됐다.
설립 무렵 밸류업 코리아는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공흥리의 땅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밸류업 코리아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토지는 서로 인접한 세 필지로, 약 2000평의 토지 한 필지(①)와, 100~200평대의 토지 두 필지(②,③)다.
밸류업 코리아는 원래 지목상 '답(논)'이었던 세 필지 땅을 사 건축이 가능한 '대지'로 지목을 변경했다. 지목 변경에는 3~6개월이 걸렸다. 이후 세 필지에는 대형 식자재 마트가 들어섰고 현재 운영 중이다.
인근 복수의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밸류업 코리아가 토지 세 필지를 사들이던 2021년 초반 양평 공흥리 일대에선 아파트 개발이 한창이었다.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2020년 말, 2021년 초면 주위에 아파트가 들어온다고 그랬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관계자도 “양평 전체적으로 양근리, 공흥리, 창대리 인근에 신규 아파트들이 5천 세대씩 들어온다고 할 때였다”고 말했다.
90% 이상이 대출인 부동산 매입
밸류업 코리아는 공흥리 토지 세 필지를 사들이면서 매입 자금 조달 목적으로만 92% 이상을 대출받았다. 2021년 토지 매입 이후, 세 필지를 공동 담보로 해 2023년 추가로 받은 대출까지 더하면 대출 금액은 토지 매입 자금의 99%에 달한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공흥리 토지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밸류업 코리아가 2021년 1월 매입한 2000평짜리 토지(①)에 대해 중소기업은행 평촌지점이 채권최고액 60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밸류업코리아의 토지 소유권이 최종 접수된 2021년 4월 30일과 같은 날이었다. 채권최고액이 통상 실제 대출 금액의 120%로 계산되는 점을 감안하면, 밸류업 코리아가 빌린 돈은 5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 토지의 거래 가액은 67억 9300만 원이었다.
두 달이 채 안 된 같은 해 6월, 같은 은행에서 채권최고액을 17억 4천만 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또 설정했다. 채권최고액 120%를 적용하면, 대출 금액은 14억 5천만 원으로 보인다. 한 필지에 대해서만 두 차례 대출로 64억 5천만 원(50억 원 + 14억 5천만 원), 즉 토지 거래 가액(67억 9300만 원)의 약 95%에 달하는 금액이 토지 매입 자금 등으로 조달된 것이다.
나머지 두 필지(②,③)는 거래 가액이 11억 3500만 원이었다. 매입 시기에 맞춰 이 필지를 담보로 채권최고액 10억 8천만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대출처는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대아신용협동조합(이하 대아신협). 실제 대출 금액은 9억 원 정도로, 두 필지 거래 가액의 약 79%였다.
토지 세 필지를 함께 따져보면, 거래 가액은 총 79억 2800만 원, 대출 금액은 73억 5천만 원이다. 이는 토지 세 필지 총 거래 가액의 92%에 해당한다.
밸류업 코리아는 지난해 세 필지를 담보로 대아신협에서 추가로 대출받았다. 2023년 5월 세 필지를 공동 담보로 대아신협이 채권최고액을 6억 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대출 금액은 5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결국, 공흥리 토지 세 필지를 담보로 총 78억 5천만 원 정도가 대출됐다. 이는 세 필지 토지 거래 가액(79억 2800만 원)의 99%에 해당한다. 2020년 21대 총선 출마 당시 장 후보가 신고한 재산은 약 6억 원이었다.
대아신협, 장 후보 부친 이사로 재직
그런데 밸류업 코리아에 두번의 대출을 해 준 대아신협은 장 후보 부친이 이사로 재직하던 곳으로 확인됐다. 대아신협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장 후보 부친은 2018년 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대아신협의 이사로 재직했다.
밸류업 코리아가 대아신협에서 공흥리 토지 세 필지를 담보로 돈을 빌린 것은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인데, 이 중 첫 대출이 이뤄졌던 2021년에 장 후보 부친이 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밸류업 코리아가 대아신협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과정에 장 후보 부친의 역할이 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평당 1000만 원 추정되는 공흥리 땅, 그리고 ‘서울-양평 고속도로’
현재 밸류업 코리아가 소유한 공흥리 일대의 토지 가격은 평당 600만 원에서 1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장 후보는 2000평 짜리 땅(①)은 평당 약 325만 원에, 다른 두 필지(②,③)는 평당 250만 원에 매입했다.
공흥리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밸류업 코리아의 공흥리 땅 인근의 한 토지를 가리키며 “평당 1100만 원에서 1200만 원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거래가 됐냐”고 묻자 “누가 (그 가격에) 팔라고 했는데 (땅 주인이) 좀 더 오를 거라 생각하고 안 팔았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공흥리 일대 토지 가격이 더 상승할 거란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논란 당시, 고속도로의 종점이 당초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흥리가 수혜지역으로 떠올랐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강상면이 되면, 인근 양근리 및 공흥리 일대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강상면 일대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자, 원희룡 당시 국토부 장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안 자체를 백지화했다.
이런 일이 벌어질 무렵, 방송인으로 활동하던 장진영 후보는 한 유튜브 방송에 나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며 “양평 사람들은 이 고속도로를 20년 넘게 바라왔다. 고속도로 된다고 해서 양평 온 군데에 플래카드가 붙고, 그때 양평에 가보면 아주 난리였다”, “그런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게 되는 결과가 됐는데 양평 시민들 반응이 격렬하게 일어날 것 같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 시기(2023년)는 장 후보 법인 밸류업 코리아가 이미 공흥리 땅을 매입(2021년)한 뒤였기에,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말이었다.
장 후보 "부동산 개발이지 투기 아냐, 실제 사업비 따지면 대출 비율은 75% 정도"
취재진은 16일 장진영 후보에게 전화해 양평 공흥리 토지 매입 경위, 대규모 대출 경위, 대아신협의 대출 과정에서 부친의 역할 여부 등을 물었다. 장 후보는 전화 통화와 문자 메시지를 통해 “부동산 투기가 아니라 개발이었다. 정당한 노력을 들여 버려진 땅을 개발했다”고 해명했다. 또 “투기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시세 차익을 보는 것이지만 (밸류업 코리아는) 황무지 같은 땅을 사서 정당하게 개발했다”고도 말했다.
대아신협 대출에 대해서는 “부친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대출이 얼마나 되는지는 금융기관이 판단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불법이나 편법은 전혀 없었고 대아신협은 사당동에 살면서 오랫동안 거래하던 금융 기관이었고 나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선택한 것 뿐”이라고 했다.
양평 공흥리에 땅을 산 이유에 대해서는 “같이 사업하는 사람이 (그 땅을) 개발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토지 매입비 외에 2500평 토목 공사, 20억 건축공사, 각종 세금, 개발 부담금 5억 원 등을 고려하면 대출 비율은 75% 정도”라고 답했다.
뉴스타파 강혜인 ccbb@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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