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불량품` 양문석, "가면 쓴 미국인, 매국노" 발언 또 드러나

박양수 2024. 3. 1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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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가 18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양 후보는 2008년 '국민 60∼70%가 반대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밀어붙인 노무현 대통령은 불량품'이라는 등 내용의 칼럼을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노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제기됐다. [김해=연합뉴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가 18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양 후보는 2008년 '국민 60∼70%가 반대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밀어붙인 노무현 대통령은 불량품'이라는 등 내용의 칼럼을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노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제기됐다. [김해=연합뉴스]

4·10총선 경기 안산갑 양문석 민주당 후보의 '노무현은 실패한 불량품' 비하 발언이 당내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와중에 '매국노'라고 비하한 과거 발언이 추가로 드러났다.

양 후보가 한미 FTA(Free Trade Agreement.자유무역협정)를 추진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해 "가면 쓴 미국인"이라며 "한국 땅을 밟지 못하도록 공항을 폐쇄해 쫓아내야 한다"라고 비하한 것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양 후보는 지난 2007년 2월 15일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시절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노보에 '매국노는 매국노라고 불러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가 미국과 한미FTA를 추진하면서 불리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한 글이다.

해당 글에서 양 후보는 "한미 FTA 협상을 보고 있노라면 이들은 분명코 '매국노가 맞다'는 확신이 선다"면서 노무현 정부 인사를 일제 시대 친일파 인사인 이완용·송병준 등과 비교했다. 그러면서 "지금 현 정권이 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어찌 그리고 98년 전 한일병탄의 법적 구속력을 갖게 하는 한일늑장의 그 과정과 이리도 닮아 있을까"라고 했다.

양 후보는 또한 "어렵게 80년 대학문화로부터 각성된 한국의 대중문화가 이제 대중적 기반을 겨우 만들었더니, 노무현·김종훈·김현종·한덕수와 같은 '가면 쓴 미국인'들에 의해서 또 다시 쩍쩍 금이 가고 물이 새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그가 당시 문제 삼았던 것은 '스크린쿼터제'였다. 노무현 정부가 영화계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국산 영화 '의무상영 일수'를 146일에서 73일로 축소하라는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점을 비판한 것이다.

이를 두고 양 후보는 "매국노는 매국노라고 불러야 하며, '가면 쓴 미국인'이 한국인 행세하는 것을 폭로하고 그들이 더 이상 한국 땅을 밟지 못하도록 공항을 폐쇄해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어 "다행히 앞서 언급한 '미국인'들이 모두 스페인과 미국에 나가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면서 "그들이 우리에게 '죽을래? 살래?'라며 협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더이상 그들과 한국 땅을 같이 밟고 살고 싶지 않음을 선언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는 스페인을 국빈 방문 중이던 노 전 대통령과 김종훈 한미FTA 협상 수석대표가 7차 협상을 위해 방미 중이었다.

양 후보의 발언은 당내 인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근 당 지도부에 복귀한 고민정 최고위원은 17일 "15년전 다짐했던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이번만큼은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양 후보의 노 전 대통령 비하 발언과 함께 그에게 면죄부를 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그냥 지켜보진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부겸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를 비판하며,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친문(친문재인)계를 중심으로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 책임론도 제기된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산하 '도덕성 검증소위'가 심사 과정에서 양 후보에게 도덕성 점수로 '0점'을 줬으나 공관위가 이를 무시하고 양 후보의 경선 참여를 밀어붙였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공관위의 한 관계자는 1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양 후보는 도덕성 검증소위에서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 건으로 문제가 됐다"며 "일부 위원들은 아예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의견도 받아들여 도덕성 점수로 0점을 주기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막상 공관위 심사 테이블에는 양 후보의 도덕성 점수 0점 자체가 보고되질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외부 공관위원 일부가 양 후보의 면접 태도를 보고 아예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임 위원장과 당 소속 공관위원이 경선 시행에 힘을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민주당이 양 후보의 공천을 유지하기로 사실상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발언 대상이 전직 대통령이라는 정치인이다 보니 '목발 경품' 거짓 사과 논란의 정봉주 전 의원 등 여타 사례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게 당 지도부 시각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공관위원들 상당 부분이 문제 제기를 했는데 공관위 차원에서 정리가 제대로 안 된 것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라면서 "최고위원들 다수가 문제 없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였기에 현재로선 결론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도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국민들께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양 후보는 이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사죄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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