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심상치 않은 수도권 민심…韓 "이종섭·황상무 결단하라"
이종섭 도피성 출국 논란·황상무 '회칼 테러' 발언에 수도권 민심 요동
한동훈, 이종섭·황상무 거취로 尹대통령 2차 갈등 우려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이 총선을 23일 남겨두고 터진 대통령실발 리스크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내에서는 수도권 위기론이 고조되며 친윤계 인사들에게서도 공개적인 성토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관련해 문제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2차 당정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지난 4년 전 총선에서 경기도 59개 선거구에서 단 7곳만을 승리했고, 서울 49개 중 8곳, 인천 11개 중 1곳에서만 당선됐다"며 "그 이후에 대단히 많은 반성을 하고 개선하며 절박하게 뛰어왔다"고 말했다. 이날 이 전 장관과 황 수석을 추가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여기서 촉발된 수도권 위기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전날(17일) 당사 퇴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이 전 장관 문제와 관련해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즉각 소환을 통보해야 하고, 이 전 장관은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총선을 앞두고 정쟁을 해서 국민께 피로감을 드릴 만한 문제가 아니다. (공수처는) 즉각 소환하고, (이 전 장관은)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했다.
'기자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이 된 황상무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에 대해서도 "황 수석의 발언은 부적절했다는 말씀을 제가 이미 드린 바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으로 촉발된 1차 당정갈등 이후 대통령실 관련 언급을 자제하며 충돌을 피해 왔다.
이와 같은 기류 변화는 수도권 지지율 하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4~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37.9%로, 같은 기관의 지난주 조사(41.9%)보다 4.0%포인트 하락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31.0%)이 지난주(38.6%)에 비해 7.6%포인트, 인천·경기(36.7%)는 지난주(42.1%)에 비해 5.4%포인트 하락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37%였다. 수도권 지지율을 살펴보면 서울에서 30%, 인천·경기에서 32%로 나타났다. 같은 기관의 지난주 조사에서는 서울 45%, 인천·경기 30%였다. 서울에서만 15%포인트 하락한 셈이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지도부는 대통령실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이 전 장관에 대해 "빨리 귀국해서 수사받는 것이 좋다"고, 황 수석에 대해서는 "인사 조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정갈등으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오히려 당과 정이 건설적인 관계가 돼야 한다고 예전부터 주장해 왔다"고 답했다.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수도권 위기론에 대해 "몇 가지 조금 국민들 마음을 잘못 읽은 그런 몇 가지 일이 있었다"고 봤다. 그는 전날 한 위원장의 발언을 거론하며 "(이 전 장관) 본인이 들어와서 조사받는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게 맞다"며 황 수석에 대해서도 "한 위원장이 말씀하셨으니까 본인이 알아서 정리할 거는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수도권 위기론에 대해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저 혼자만 느끼는 게 아니라 당 구성원 전체, 그리고 특히 수도권 출마자들 같은 경우에는 대단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이 전 장관에 대한 소환 그리고 즉각적인 소환에 응하는 귀국. 그리고 황상무 수석에 대한 거취 표명"을 거듭 강조했다.
수도권에 출마하는 친윤계 인사들에게서도 우려가 나왔다.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지낸 김은혜 경기 성남 분당을 후보는 전날(17일) 페이스북에 "이종섭 즉시 귀국, 황상무 자진 사퇴가 국민 눈높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공수처의 수사 일정을 조사 대상자에게 맞출 순 없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황 수석을 두고도 "수년 전의 막말로도 많은 여당 후보가 사퇴했다. 대통령실 수석이 예외가 될 순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황 수석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이 전 장관 거취와 관련한 당내 요구에 사실상 거부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은 인도-태평약지역에서 한·미·일·호주와의 안보협력과 호주에 대한 대규모 방산수출에 비추어 적임자를 발탁한 정당한 인사"라며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다.
이어 "이 전 장관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 전 장관도 공수처가) 언제든 소환하면 귀국해서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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