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 그리 호황이라는데...90% “실감 안나”
실질임금 22개월 연속 후퇴 등 영향
10명중 7명 “中企 임금 인상 기대 안해”
경총 2022년 임금현황 추이 보고서
한국 399.8만원 >일본 379.1만원
韓, 20년 전 日 절반 못 미쳤지만 역전
물가상승 폭을 임금 인상 폭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이 계속 줄어들고 임금 인상이 주로 대기업에 국한되고 있는 점이 주요인으로 보인다.
18일 일본 아사히 신문은 지난 16일~17일 이틀간 자국민 1065명(유효응답 기준)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했다. 이 조사에서 “경기가 좋아졌다고 실감하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8%가 “실감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경기가 좋아졌음을 “실감한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10명 중 9명 정도는 경기 호황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춘투(봄철 임금협상)에서는 일본 증시 시총 1위 도요타 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노조의 요구에 만액 응답(요구 임금 인상률을 그대로 수용)하는 등 역대급 임금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5일 일본 최대 노조 ‘렌고’가 발표한 1차 임금 인상률 집계는 33년만에 최고치인 5.28%에 달했다.
다만, 일본인들은 이 같은 역대급 임금 인상률 추세가 대기업을 넘어 중소기업 등으로 까지 확산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 신문 여론조사에서 최근 일본의 역대급 임금인상 추세가 “중소기업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8%가 “기대할 수 없다”고 답했다. “기대할 수 있다”는 응답은 절반이 채 안 되는 30%에 그쳤다. 지난해 3월 동일한 질문에 대한 응답 비율(62% “기대할 수 없다”고 응답, 36% “기대할 수 있다”고 응답)과 비교해 오히려 기대치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춘투에서 일본의 임금 인상률은 종업원 1000명 이상 대기업의 경우 3.6%였다. 30년래 가장 높은 수준이었음에도 고물가를 임금인상률이 따라잡지 못하면서, 일본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은 지난 1월까지 2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올해는 인플레이션을 뛰어넘는 수준의 임금 인상이 달성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지난해 한국 근로자의 평균 임금이 일본보다 더 많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또한 한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일본보다 더 컸다.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공개한 ‘한·일 임금현황 추이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0인 이상 기업에 종사하는 상용근로자 임금은 2022년 399만8000원으로, 일본 379만1000원을 앞섰다. 20년 전인 2002년에는 한국이 179만8000원으로 일본 385만40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으나 역전된 것이다.
규모 별로도 2022년 대기업 임금은 한국 588만4000원, 일본 443만4000원이었고, 중소기업 임금도 한국 339만9000원, 일본 325만9000원으로 한국이 더 높았다.
실제로 올해 노조의 요구보다 더 높은 임금인상률을 약속한 일본제철의 경우, 인상 후에도 4년제 학부를 졸업한 직원의 초임이 26만5000엔(약236만원), 고졸은 21만엔(약 187만원)에 불과하다.
이 같은 결과는 임금 인상률의 차이에서 기인했다. 2002~2022년 한국 대기업의 임금인상률은 157.6%에 달했으나 일본 대기업 임금은 오히려 6.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도 20년새 한국은 111.4% 오른 데 반해 일본은 7.0% 인상에 그쳤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한국이 더 컸다. 대기업 임금을 100이라고 할 때 중소기업 임금 수준은 2022년 한국 57.7, 일본 73.7이었다.
2002년 한국 70.4, 일본 64.2였던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경총은 한국 중소기업의 임금 상승이 낮았다기보다는 대기업 임금이 지나치게 높게 상승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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