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군사 협정 파기한 니제르…WSJ “이란 우라늄 거래 의혹 제기에 발끈”
중동 이어 아프리카서도 영향력 잃어 가는 미국
아프리카 니제르가 돌연 미국과의 군사 협정을 파기한 배경엔 이란과 니제르의 우라늄 거래 의혹이 있었다는 보도가 17일(현지시간) 나왔다. 이란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이후 핵무기 개발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고농축 우라늄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미국이 중동에 이어 아프리카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과 니제르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과 대테러 동맹을 끝내기로 한 니제르의 결정은 미국 고위 관리들이 니제르 군사 정권과 이란이 비밀리에 우라늄을 거래하려 한다고 비난한 이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앞서 아마두 압드라마네 니제르 군정 대변인은 전날 국영방송을 통해 “미국 대표단이 외교 의전을 지키지 않았다”며 군사 협정 파기를 선언했다.
WSJ에 따르면 몰리 피 미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는 지난주 니제르를 방문해 이란과 니제르의 우라늄 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월 니제르 군부가 임명한 알리 마하만 라미네 진 총리가 이란을 찾아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등 고위 인사와 연쇄 회동하며 우라늄 거래 관련 논의를 진행했고 지난달 잠정 합의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니제르는 2022년 기준으로 세계 7위의 우라늄 생산 국가다.
니제르는 이 같은 미국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압드라마네 대변인은 “니제르는 이란과 우라늄 거래를 체결한 적이 없다”며 “미국은 외교·군사 파트너를 선택할 수 있는 니제르의 권한을 막으려 했고, 피 차관보는 거만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과거에도 잘못된 정보로 이라크를 침공한 적이 있다”며 날을 세웠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시아파 벨트’ 중심인 이란의 우라늄 확보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올해 중반까지 고농축 우라늄 생산량을 줄이던 이란이 방침을 바꿔 증산에 나섰다”고 우려했고, 전문가들은 60%까지 농축된 우라늄은 보통 2주 안에 핵폭탄 제조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실력 행사에 돌입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니제르 결정에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니제르에선 지난해 7월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당시 대통령 경호실장이 이끄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축출하고 권력을 잡았다. 이후 말리·부르키나파소 등 인접국 군정과 협력을 강화하며 친러시아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 국무부는 관련 사안에 대한 WSJ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WSJ는 “아프리카 사헬(사하라 사막 남쪽)에서 확산하고 있는 이슬람 반군을 억제하려는 미국 정부 노력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익명의 미군 고위 관계자는 WSJ에 “좋은 징조는 아니지만,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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