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는 봄에 더 강하다···기권 직전서 5타차 대역전
6위서 이글 1개·버디6개로 맹추격
목통증에 주춤했지만 잇단 언더파
20언더로 쇼플리 등 1타차 따돌려
2주 상금 113억···8승 중 6승 봄에
물오른 퍼트에 마스터스 정복 기대
골프에서 봄은 스코티 셰플러(28·미국)를 위한 계절이다. 통산 8승 가운데 3·4월에 거둔 승수가 6승이다. 나머지 2승도 마음은 벌써 봄인 2월 중순에 올린 것이다.
18일(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TPC 소그래스(파72)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디펜딩 챔피언 셰플러가 우승했다. 2년 연속 우승은 50회째를 맞은 이 대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2연패는 두 차례 우승의 타이거 우즈(미국)도 못 이룬 기록이다. 셰플러는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 잰더 쇼플리(미국)에게 5타나 뒤진 공동 6위였다. 뒤집기는 무리인 듯 보였는데 3월의 셰플러에게는 무리가 아니었다. 이글 1개와 버디 6개로 8타를 줄이면서 최종 합계 20언더파 268타로 역전 우승했다. 2위 그룹인 2021년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쇼플리, 지난해 US 오픈과 디 오픈 우승자 윈덤 클라크(미국), 브라이언 하먼(미국)을 1타 차로 따돌렸다.
‘제5의 메이저’로 통하는 이 대회 우승 상금은 450만 달러(약 60억 원). 지난주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 이어 2주 연속 우승한 셰플러는 2주 새 850만 달러(약 113억 원)를 벌었다. 지난해 5월부터 쭉 세계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그는 장기 집권 모드에 들어갔다. 세계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공동 19위(9언더파)에 그쳤고 세계 3위 욘 람(스페인)은 랭킹 포인트를 받기 어려운 LIV 골프로 떠나 있다. 시즌 2승에 선착한 셰플러는 PGA 투어 올해의 선수 3연패에도 일찌감치 속도를 냈다.
4월 11일 개막하는 마스터스에서 우승 1순위로 꼽히는 것은 물론이다. 베팅 사이트들은 일제히 셰플러의 우승 배당률을 가장 낮게 매겼다. 우승 확률 1위라는 뜻이다. ‘유리판’ 그린으로 악명 높은 마스터스에서는 그린에서 우승자가 결정되고는 했다. 퍼터를 테일러메이드의 스파이더 투어X로 바꾼 지난주부터 몰라보게 퍼트가 좋아진 셰플러라 2년 만의 마스터스 제패 기대로 가득하다. 이날 그린을 적중한 홀에서 평균 퍼트 수는 1.5개에 불과했다.
2라운드 때만 해도 셰플러는 기권 직전까지 갔었다. 12번 홀 티샷 때 목에 불편함을 느꼈고 극심한 통증이 계속됐다. 드라이버 샷 거리가 확 줄어 280~290야드에 머물렀고 퍼트할 때 홀 쪽으로 목을 돌리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14번 홀에서 간이 의자에 앉아 트레이너에게 마사지를 받아야 했다. 어렵게 이어간 경기에서 셰플러는 3언더파를 쳐 24라운드 연속 언더파 기록을 이어갔다. 3·4라운드에도 언더파를 적어 연속 기록은 26라운드로 연장됐다. 3라운드 6번 홀부터 31홀 연속 노 보기 기록도 작성했다.
4번 홀(파4) 92야드 샷 이글로 선두 쇼플리와의 격차를 3타로 줄인 셰플러는 이후 버디 3개를 보태 전반 9홀을 공동 선두로 마쳤다. 후반 들어 2타를 더 줄인 그는 16번 홀(파5)에서는 기막힌 벙커 샷으로 탭인 버디를 잡았다. 단독 선두로 먼저 경기를 끝낸 셰플러는 클라크의 마지막 홀 5m 버디 퍼트가 홀을 돌아 나온 것을 확인하고는 캐디와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목에 테이핑을 하고 우승한 셰플러는 “기권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할 수 있는 것만 최선으로 해보자는 생각이었다”며 “오늘은 확실히 좋아져서 편하게 경기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남들 눈에 수월하게 성과를 내는 것처럼 보이려면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열심히 해야 한다. 그게 내가 연습 과정에서 늘 사투를 벌이는 이유”라고도 했다.
수염도 화제다. 셰플러는 지난주 아널드 파머 대회부터 덥수룩한 수염이 눈에 띄는 ‘털보’로 변신했는데 2주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그는 “그저 게을렀던 것뿐이다. 방치했더니 이상한 방향으로 자라서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4·15번 홀 보기를 범한 쇼플리는 17번 홀(파3) 2m 버디를 못 넣어 고개 숙였고 하먼은 마지막 세 홀에서 모두 파에 그쳐 끝내 연장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2017년 이 대회 우승자 김시우도 셰플러와 같이 8언더파 ‘데일리 베스트’를 작성하는 뒷심을 자랑했다. 이글 1개와 버디 7개, 보기 1개의 그는 15언더파 공동 6위로 솟구쳐 상금 87만 5000달러(약 11억 6000만 원)를 받게 됐다. 임성재는 7언더파 공동 31위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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