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 폭동’ 아이티 의료시스템 붕괴 위기
갱단 폭동으로 최악의 혼란 상황에 처한 아이티의 의료시스템이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17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갱단 폭력으로 극심한 유혈 사태를 겪는 아이티의 의료시스템이 거의 붕괴되면서 수많은 부상자와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거리 곳곳에서 일어난 총격전과 폭력으로 병원에는 응급 환자들의 입원이 급증하고 있지만, 병원은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상태다. 지난 2주 동안 갱단의 폭력으로 일부 병원에서는 화재가 발생했고, 의료진들은 목숨을 잃었으며, 기본적인 의약품도 바닥났다.
로널드 라로슈 박사는 뉴욕타임스(NYT)에 “수술실, 방사선실, 실험실, 약국 등에 있는 모든 것이 약탈당했다”고 전했다.
많은 아이티인들이 의지하고 있는 인도주의 단체와 교회 등이 운영하는 병원들도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대부분의 의료 시설들이 일할 직원이나 연료, 기본 의료용품 등을 구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 현재 수도 포르토프랭스에는 공립병원 단 한 곳만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 역시 곧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티의 병원들은 그간 콜레라와 코로나19 등 감염병으로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다. 병원들은 지진과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와 감염병 등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가난한 환자들에게 치료비를 받지 못하고, 이 때문에 자금 사정이 더욱 악화해 의료용품을 사지 못하는 악순환을 겪다가 이번 사태를 맞아 더는 버티지 못하고 대다수 문을 닫고 있다.
웨슬러 램버트 박사는 “현재 가장 부족한 것은 발전기를 계속 가동하기 위한 연료”라면서 “다른 필수 약품도 곧 부족해질 것이다. 운송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의료시스템 붕괴로 수천명의 생명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료진들은 또 앞으로 수천명의 여성들이 집에서 출산하게 되면서 산모와 유아 사망이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가 사퇴 의사를 표명했지만, 차기 정부를 노린 자리다툼으로 아이티의 폭력 사태는 계속되고 있다. 아이티 인구의 절반이 굶주리고 있으며, 물과 전기 등 필수품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유엔은 이번 폭력 사태로 최소 1만5000명이 집을 떠나야 했다고 추산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아이티 내 실향민 수는 총 36만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바시 장 쥐모 아이티 산부인과 학회장은 “지금 아이티는 마치 배를 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선장도 없고, 방향도 없다. 국민들은 그 안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우리를 구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