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차벽’으로 가로막은 ‘블링컨·민주주의 정상회의’ 규탄 외침
시민사회단체가 18일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향해 팔레스타인 학살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전 신고한 합법 집회였지만 경찰이 차벽으로 막아서면서 집회 참가자들이 반발했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 활동가 20여 명은 이날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회식 한 시간 전인 오전 9시 회의장이 있는 신라호텔 인근 서울 중구 동대입구역 앞에 모였다.
활동가들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희생된 팔레스타인인의 피를 상징하는 ‘빨간 색’으로 물들인 손바닥을 들어보이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초청국에 포함된, ‘미래세대를 위한 민주주의’를 주제로 이뤄지는 이번 회의는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회의에 직접 참석한 블링컨 장관을 향해선 “미국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봉쇄·집단학살 지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안나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다섯달 넘게 이어진 무차별 공습으로 현재까지 사망자만 3만 명이 넘고, 집단학살 희생자 중 30% 이상이 어린이”라며 “가자지구의 즉각적 휴전을 촉구하는 안보리 결의안에 세 차례 거부권을 행사하고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 미국은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Blinken, Stop Funding Genocide!”(블링컨, 집단학살 지원을 중단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오전 9시23분쯤 경찰 버스가 나타나 이들 앞에 차벽을 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활동가들은 차벽을 피해 이동하자 경찰 버스 6대가 사전 집회 신고구역을 일렬로 막아섰고 버스 앞으로 펜스도 설치됐다.
참가자들은 “무슨 근거로 앞을 막는 거냐” “이게 민주주의냐”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당초 오전 9시30분 회견을 마치고 오전 10시까지 동대입구역 앞에서 손팻말 시위를 한 뒤 해산할 예정이었지만 차벽이 설치되자 화단에 올라가 시위를 이어갔다.
경찰이 이들을 끌어내리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서울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이곳은 경호구역이며, 화단 위에 올라가 계신 건 상당히 위험하니 내려오시라”라고 했다. 활동가들은 “차벽을 치우면 내려가겠다”고 맞섰다.
같은 장소에서 오전 9시30분부터 ‘미국 패권유지, 신냉전 대결 정책 위한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 반대·윤석열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로 한 전국민중행동 자주평화통일위원회 회원들도 경찰 차벽에 함께 항의했다.
류민희 플랫폼C 활동가는 “평화롭게 기자회견을 하고 집에 돌아갔어야 했을 활동가들이 남아서 차벽을 치우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경찰은 들은 척도 않는다”라며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을 보자니 참담한 마음”이라고 했다.
대치 상황은 1시간 반쯤 지난 오전 10시50분쯤이 되어서야 경찰이 차벽을 철수하면서 마무리됐다. 중부서 관계자는 차벽 설치 이유에 대해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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