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이노베이션, 올 하반기 액침냉각 제품 국내 첫 상용화

성상훈 2024. 3. 1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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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빅테크 등에 올 하반기 제품 공급 전망
데이터센터, 전기차 배터리 등 열 잡는 신기술 '액침 냉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액침냉각 기술 강조
연 20~30% 씩 성장 예상
"선제적 투자, 상용화로 시장 장악할 것"
데이터센터를 냉각액에 넣어둔 모습. /GRC 제공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SK엔무브를 통해 올 하반기 국내에서 처음으로 데이터센터를 액체에 담가 열을 식히는 '액침냉각' 제품의 공급을 시작한다. 액침냉각은 공기를 순환시켜 열을 낮추는 기존 공냉식에 비해 열을 식히는 속도와 전력효율에 월등히 앞서는 신기술이다. 데이터센터, 전기차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발전으로 열관리에 대한 수요가 폭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시장이 형성되는 초기에 선제적으로 상용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美 빅테크와 공급 논의"

18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는 올해 하반기 SK텔레콤 데이터센터에 액침 냉각 기술을 적용해본 후 미국 델(DELL) 테크놀로지스에 제품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델 테크놀로지스는 노트북, 데이터센터, GPU 등을 만드는 미국 빅테크 기업으로, 그동안 공개적으로 냉각 기술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기업이다. 델은 SK이노베이션이 가지고 있는 자체 보유 기술을 높히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SK엔무브는 앞서 미국 액침냉각 스타트업 GRC(Green Revolution Cooling)에 2500만 달러 지분투자를 하고 함께 기술개발을 해왔다. SK엔무브는 다른 빅테크 들과도 제품 공급 계약을 논의할 계획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들은 액침 냉각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혀 왔다. 

액침냉각 기술은 데이터센터 등을 직접 액체에 담가 열을 식히는 기술이다. 그동안은 팬을 돌리거나 데이터센터 옆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등 공기를 순환시키는 공냉식 방식으로 열을 낮춰왔다. 열을 식히는 속도도 느리고 전력효율도 떨어져 데이터센터 운영의 최대 골치거리였다. 데이터센터 운영 전력의 약 40%가 냉각을 위해 사용될 정도다. 액체에 직접 담그는 방식은 공냉식에 비해 전력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향후 최대 10분의 1수준까지 냉각에 필요한 전력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데이터센터 운영 전체 전력의 약 4% 정도로 냉각이 가능해질 것이란 의미다.  

냉각액체로는 냉각 플루이드라는 물질이 사용된다. 여러가지 기름 성분을 배합해 만들 수 있다. 핵심은 하드웨어에 직접 접촉하고도 절연 능력을 갖춰 전력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기술이다. 하드웨어에 누수나 부식도 나타나면 안된다. SK이노베이션측은 "그동안 전기 절연성능, 하드웨어 부품 등과의 호환성,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실험해왔고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왔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시대 오면 시장 더 커질 것"

SK엔무브는 올 하반기 선제적 상용화가 향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액침냉각 기술은 아직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초기단계다. 미국, 유럽 지역 몇개의 스타트업이나 글로벌 정유회사 쉘 정도가 실제 액침냉각 기술을 부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직까지 국제적으로도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지 않은 만큼 한발 앞선 투자와 상용화 경험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액침냉각에 사용되는 냉각수 규모 전망


업계 관계자는 "액침냉각 시장은 아직 산업 표준이 없어 먼저 상용화를 하고 공급 실적을 쌓을수록 시장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구조"라며 "실제 사용 사례가 있고, 성능이 검증된 제품을 사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본격적으로 제품이 거래될 2025~2026년경 1조원 미만인 시장 규모는 연 20~30%씩 커져 2040년에는 4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액침냉각에 필요한 냉각수 규모도 2040년 266만 배럴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액침냉각 기술은 데이터센터는 물론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배터리 등에도 사용될 예정이다. 

'전력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공지능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발전하느냐도 변수다. 인공지능의 발전속도가 빠를수록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와 그에 따른 냉각 기술 수요도 커질 수 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델 등과 다양한 협의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제품 계약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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