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의 세상만사 <17>] 트럼프 복귀가 가져올 미국의 변화와 세계경제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4. 3. 1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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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 대선 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 표정을 짓고 있다. /AP연합

2024년 일어날 일 가운데 가장 큰 이슈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국과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큰 변화를 겪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는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거 때마다 민주·공화 지지 성향이 바뀌면서 승패를 좌우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s) 상당수에서 트럼프가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복귀 가능성이 커지면서 많은 국가는 이제 미국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 복귀 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의제 47(Agenda 47)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의제 47은 트럼프의 구두 발표와 더불어 나름의 논리와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의제 47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막무가내식 비난도 상당수 있지만, 나름 타당한 근거와 구체적인 수치 등이 제시된 경우도 많다.

트럼프, 전통 에너지산업·AI 경쟁력 강화

교육, 군사, 통상, 검찰 개혁 등 다양한 내용을 포괄하고 있는 의제 47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에너지와 관련된 사항이다. 트럼프는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와 전력을 공급하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저렴한 전력과 에너지가 경제를 성장시키고 기술적 도약을 가능하게 한다는 근거로 트럼프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 규모 역전을 사례로 제시한다. 2008년 이전 EU의 경제 규모는 미국보다 더 컸지만, 지금은 미국이 EU보다 더 큰 경제 규모를 가지게 됐는데 이러한 변화는 미국의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등을 통한 저렴한 에너지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유럽은 에너지 전환을 명분으로 한 재생에너지 보급으로 인해 산업 경쟁력이 약화했다는 것이 트럼프의 주장이다. 미국은 충분한 화석연료 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개발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규제를 철폐할 경우 자신의 공약을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석연료 이외에 원자력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것임을 밝히고 있는 트럼프는 이를 통해 대량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미래 핵심 경쟁 분야인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미국이 계속 중국에 대해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던 전기차와 이차전지에 대해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포함한 모든 지원을 즉각 중단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중국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이들 분야를 미국이 밀어줄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배기가스 및 연비 규정 등 내연기관 자동차 관련 규제를 모두 폐지해 미국인이 내연기관 자동차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연히 기후변화와 관련한 파리기후변화협약 등에서 탈퇴하고 기존의 그린뉴딜 정책도 모두 폐기할 것임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미국에 대한 대규모 이차전지 분야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당선은 큰 충격과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공학박사, 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난민 문제 강력 대처, 中 무역 분쟁 심화 전망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유입되는 난민에 대해서도 강력히 대처할 것임을 트럼프는 분명히 하고 있다.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첫날 첫 번째로 할 일이 불법 체류자 자녀에 대한 시민권 부여와 원정 출산 중단을 포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임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불법 체류자지만 난민으로 간주될 경우 부여되고 있는 공공주택 입주 자격 및 노동 허가 역시 취소할 것이 확실하다.

멕시코와의 국경을 통해 유입되는 불법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국경 경비를 강화함은 물론 불법 이민을 지원하고 있는 카르텔에 대해 인신매매범으로 간주해 사형을 포함한 강력한 처벌은 물론 전쟁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미국 내에 체류하고 있는 수백만 명 규모의 불법 체류자에 대해서도 대규모 수색을 통한 적발과 즉각 추방도 병행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은 이들에 대한 보호를 규정하고 있는 수정 헌법과 상충됨으로써 향후 이를 둘러싼 법률적 대립과 갈등은 심화될 것이다.

통상과 관련해서 트럼프는 다자간 체계가 아닌 양자 간 관계로 전환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미국과 해당 국가의 관세를 비교해 차이가 날 경우 그에 상응하는 관세를 보복관세로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서는 최혜국 대우 철폐를 통해 일괄적으로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측근들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는 미국 소비자의 부담 증가와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는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지만 트럼프는 상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더해 트럼프는 철강을 비롯한 필수품목에 대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취임 후 4년 이내에 모두 중단할 것이며, 중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 금지는 물론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 역시 법으로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대규모 무역 분쟁을 불사하겠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의회와의 관계도 근본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1974년 제정된 의회 예산 및 지출유보통제법(CBICA)에 따라 의회가 승인한 예산을 행정부는 100% 집행하게 되었는데, 트럼프는 이것이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면서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집행 여부 및 규모를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여야의 나눠 먹기식 예산 배분에 따라 만성적인 재정 적자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트럼프의 주장인데 실제로 1974년 이후 단 4개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재정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더해 연방 의원의 임기도 제한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트럼프가 이런 방침을 밀어붙일 경우 민주당과 충돌은 물론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지만, 트럼프는 개의치 않을 것이다.

의제 47을 통해 본 트럼프 당선 이후의 미국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당선 이후 40년 만에 근본적인 변화를 경험할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미국은 세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역할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미국의 국익을 위해 여러 나라와 대립과 갈등도 불사하는 나라로 변화할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단순히 트럼프라는 개인의 판단과 성격에 기인한다기보다는 미국 사회 저변에 확산되고 있는 기조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 지난 20년간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막대한 비용과 희생을 치렀지만, 그 결과는 실패였다. 여기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무엇을 위한 희생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에 워싱턴의 기득권층은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 미국 국민의 불만이다. 여기에 더해 무역을 통한 이익은 소수 기업에 집중되고 피해는 국민이 겪고 있다는 불만 역시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의 재부상은 이런 불만에 대해 미국 정치권이 외면한 데 따른 결과인 것이다. 미국인의 지지를 통해 트럼프가 복귀에 성공한다면 지난 80년간 유지되어 온 세계 질서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을 것이다.

Plus Point
‘슈퍼 화요일’ 사실상 후보 확정… 바이든·트럼프 美 대선 리턴 매치

조 바이든(민주당)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전 대통령이 3월 5일(현지시각)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나란히 압승하며 11월 대선에서 4년 만에 맞붙는 재대결 구도가 사실상 확정됐다. 슈퍼 화요일은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같은 날 가장 큰 규모로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을 치르는 날이다. 이날 결과에 따라 양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3월 5일 양당은 버지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 캘리포니아 등 미 15주와 1개 해외 영토(미국령 사모아)에서 한꺼번에 경선을 치렀다. 바이든은 이날 15개 주 경선에서 승리했고, 트럼프도 14개 주 경선에서 1위를 확정 지었다. 트럼프와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겨뤄 온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완패가 결정된 뒤 경선을 하차하기로 했다. 현직인 바이든은 당내에 마땅한 경쟁자가 없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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