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의 컬래버노믹스 <27>]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2024. 3. 1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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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보다 더 위대한 선수는 없다.' 최고의 스포츠 명언이다. 그런데 나는 최근, 이 글을 운동장에서 본 게 아니라 강의실에서 봤다. 세계중소기업학회 회장인 김기찬 교수의 초청으로 강의를 하러갔더니 강의실 한가운데 이 명언이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세계적 경영학 석학인 김 교수는 왜 이 글을 강의실에 붙여 놓았을까.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람'이다. 좋은 인재를 뽑아서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경영 성과가 좋아진다. 기계나 로봇은 지시한대로 일을 하지만 인간은 전체 목표와 상황을 알고 거기에 맞춰서 일을 한다. 상황은 수시로 변한다. 경영 환경도 달라지고 경쟁사의 도전도 수시로 바뀐다. 고객의 마음은 더 변덕스럽다. 피터 드러커는 고객을 섬세하게 대하라는 조언을 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고객의 마음은 16세 봄 처녀의 마음과 같다."

단체 경기에서는 개인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팀워크가 중요하다. 팀워크가 탄탄해야 감독이 전략·전술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팀보다 더 위대한 선수는 없다." 이 말은 영국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을 이끈 축구 감독 알렉스 퍼거슨이 한 말이다. 퍼거슨은 영국 왕실로부터 작위까지 받은 전설적 명감독이다. 아무리 개인기가 뛰어나도 각자 골을 넣겠다고 달려들면 화려한 동네 축구가 되고 만다. 상대방의 전략·전술을 읽고 이를 뛰어넘어야 한다. 유럽 축구에서 최고 선수 못지않게 감독이 각광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인하대 경영학 박사, 현 멘토지도자협의회 회장, 전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 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한국 축구는 2024 아시안컵 축구 대회를 치르면서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역대 최강 선수들로 구성된 우리나라 팀은 아슬아슬하게 8강에 진출하더니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극적으로 호주를 이겼을 때는 절정의 기쁨을 맛보았고 요르단에 무릎을 꿇었을 때는 최악의 절망감을 느꼈다. 한국 축구를 ‘도깨비 축구’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선수, 감독, 응원단까지 똘똘 뭉쳐서 강팀을 꺾는가 하면 최약체 팀에 허무하게 지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번 아시안컵에 나간 한국 축구팀이 국민에게 충격을 준 것은 선수 간에 심각한 불화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것도 중요한 시합 전날 저녁에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이 손흥민 주장과 고참 선수들에게 대들다가 몸싸움까지 벌어졌으니, 팀워크는 '제로(0)' 상태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이를 사전에 조율하지 못했다. 이번 사태의 장본인인 이강인 선수는 별명이 ‘축구 천재’ 다. 어려서부터 축구에 재능을 보였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스페인에서 축구 유학을 하며 무한 경쟁 환경에서 실력을 갈고닦았다. 지금은 프랑스 PSG팀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 전도양양한 선수다. 이제 나이 20대 초반이다. 이번 사태로 평생 잊지 못할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한국 축구의 화양연화(花様年華)는 거스 히딩크 감독 시절이다. 개인기보다는 팀워크를 중시했고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을 파악해 작전을 구사하였다. 개인기가 뛰어나도 팀워크에 반하면 출전시키지 않았다. 작전을 충실히 따르고 성과를 올리면 과감하게 발탁했다. 히딩크 감독이 갈고닦은 작품이 박지성 선수다. 박지성은 감독의 의중과 작전을 잘 읽고 경기를 풀어갔다. 개인 득점 욕심을 부리지 않고 어시스트를 하여 팀을 승리로 이끈다. 그는 이런 조율을 거쳐 유럽 축구에서도 스타 선수가 될 수 있었다. 단체경기는 팀워크고 협업이다. 전 세계 최강 선수들만 모아놓아도 팀워크가 맞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다.

기업 경영은 복잡한 단체경기 종목이다. 출전 선수가 11명이 아니라 수백 명, 수천 명이다. 전략도 작전도 무수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기업에서는 경영자가 감독이다. 전략도 작전도 잘 수립해야 하지만 우선 선수를 잘 뽑고 팀워크를 다져야 한다. 명문대 출신만 채용하면 경영이 잘될 수 있을까. 박사들만 뽑으면 잘할 수 있을까. 시험 성적 좋은 사람만 뽑으면 경영 성과가 좋아질까.

문제는 팀워크와 협업이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우리가 얻은 뼈아픈 교훈은 '팀보다 더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교훈은 스포츠계에 던진 교훈일 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인에게 던진 경영 교훈이다. 기업에서 인재 채용을 할 때는 개인의 역량을 보아야 하지만 '독불장군형'이 아니라 팀워크를 중시하는 ‘협업형 인재’를 뽑아야 한다. 기업인에게는 퍼거슨 감독이야말로 최고의 롤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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