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사 피규어AI 창업자 브렛 애드콕 | MS·오픈AI·아마존 9000억원 러브콜 '농장 소년' 출신 기업인

이선목 기자 2024. 3. 1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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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렛 애드콕 피규어AI 창업자 겸 CEO. 사진 AP연합

2월 29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이 6억7500만달러(약 9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주요 투자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인텔 등 글로벌 빅테크를 비롯해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 전 세계 생성 AI (Generative AI) 열풍 주역인 인공지능(AI) 개발사 오픈AI, 한국의 삼성과 LG이노텍 등으로 알려졌다.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이 회사의 기업 가치는 26억달러(약 3조4600억원)로 평가받게 됐다. 창업 3년 차, 직원 100명이 채 안 되는 스타트업이 이뤄낸 쾌거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제조·개발사인 피규어AI(FigureAI)의 얘기다. 앞서 2월 23일 블룸버그는 “피규어AI는 당초 5억달러(약 6653억원)를 모금하려고 했지만, 지난 1월 MS와 오픈AI가 초기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다른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졌다”며 “(이번 투자는) AI의 새로운 응용 분야를 찾기 위한 쟁탈전”이라고 전했다.

피규어AI 브렛 애드콕(Brett Adcock)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투자로 “구체화한 AI를 세상에 선보이고 인류에 혁신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게 됐다” 고 말했다.

농장 소년이 성공한 연쇄 창업가로

피규어AI는 애드콕 CEO가 2022년 창업했다. 1986년 미 일리노이주(州) 농장에서 태어난 애드콕 CEO는 플로리다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일리노이주 중부의 3대째 이어온 농장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 그는 연쇄 창업가로도 유명하다. 애드콕 CEO는 이미 고등학생 때 1인 기업을 7개나 창업했다. 이후 2013년 세운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 베터리(Vettery)를 2018년 스위스의 아데코 그룹에 1억달러(약 1331억원)에 매각하며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같은 해 10월에는 수직 이착륙 전기 항공기 회사 아처(Archer) 애비에이션을 창업했고, 3년 만에 뉴욕 증시에 상장시켰다.

다시 창업 시장에 나온 그가 2022년 설립한 회사가 피규어AI다. 이 회사는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 시스템 분야 인재 집합소로 평가받는다. 특히 피규어AI의 최고 기술자(CTO) 제리 프랫(Jerry Pratt)은 플로리다 인간·기계인지연구소(IHMC) 수석연구원을 지낸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 분야 선구자로 꼽힌다. 이 밖에 보스턴 다이내믹스, 테슬라, 웨이모, 애플, 크루즈, 구글X 등에서 핵심 엔지니어들을 대거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드콕 CEO는 “이 팀이 최고의 휴머노이드 로봇팀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표했으며, 국제 학술지 ‘IEEE 스펙트럼’은 프랫을 중심으로 뭉친 피규어AI 로봇팀의 능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피규어AI의 휴머노이드 '피규어01'이 캡슐 커피를 만들고 있다. 사진 피규어AI 유튜브

상용화 도전 '피규어01', BMW 공장 투입

피규어AI의 핵심 기술은 AI 기반 자율 동작, 3D 시각 인식, 힘 조절, 모션플래닝 등이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3월 ‘피규어01 (Figure01)’이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처음 선보였다. 피규어01은 키 170㎝, 몸무게 약 60㎏ 정도로, AI 기반 자율 동작과 제어를 통해 손으로 문을 열거나 도구를 사용하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의 작업을 할 수 있다. 최대 20㎏의 물건을 운반할 수도 있으며, 1회 충전으로 최대 5시간 작동 가능하다.

지난 1월 피규어AI는 자사 유튜브 계정을 통해 피규어01이 엄지와 검지로 캡슐 커피를 집어 올린 후 커피 기계에 넣고 작동 버튼을 누르는 모습을 공개했다. 열 손가락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기술까지 구현한 것이다. 손동작은 휴머노이드 기술 중에서도 어려운 기술로 알려져 있다. 피규어AI는 “캡슐이 한 번에 제대로 안 들어가면 사람처럼 실수를 바로잡을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피규어AI는 지난 1월 독일 자동차 업체 BMW와 휴머노이드 로봇 공급 계약을 맺었다. 피규어01은 BMW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자동차 공장 생산 라인에 시범 투입될 예정이다. 아울러 관련 기술에 대한 공동 연구도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51조 시장' 휴머노이드, 人 노동력 대안 부상

휴머노이드 분야는 글로벌 기업들의 ‘차세대 먹거리’로 꼽힌다. 사람이 수행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일을 사람과 같은 능력을 갖춘 로봇이 대신 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인류가 꿈꿔왔던 미래다. 아울러 저출산 고령화 시대로 생산 인구 감소에 따른 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의 대안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애드콕 CEO 역시 “피규어AI는 제조, 창고, 운송·물류, 소매업 같은 필수 산업에서 발생하는 노동력 위기를 해결하고자 한다”며 “인간과 함께 일하며 위험하고 단조로운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생성 AI를 비롯한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상황 인식, 상호작용 능력 등 휴머노이드에 필요한 기술 수준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들의 경쟁도 격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이 분야에서는 ‘테슬라’ ‘보스턴 다이내믹스’ ‘어질리티 로보틱스’ 등이 선두 기업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아직 초기 단계인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급성장할 전망이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35년까지 380억달러(약 51조원)까지 성장하고 2030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25만 대 이상이 생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휴머노이드 로봇이 2030년까지 미국 제조업 노동력 부족의 4%, 2035년까지 노인 간호 인력 부족의 2%를 대체할 것으로 관측했다.

Plus Point
불붙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테슬라도 참전

셔츠 접는 테슬라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사진 테슬라 옵티머스 X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다. 테슬라는 2021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처음 발표한 뒤 2022년 9월 말 ‘옵티머스(Optimus)’ 시제품을 공개했다. 당시 일론 머스크 CEO는 ‘테슬라 AI 데이’ 시제품 공개 행사에서 “로봇이 풍요로운 미래, 빈곤이 없는 미래를 만들 것”이라며 “옵티머스를 성능이 매우 우수한 로봇으로 만들고 수백만 대를 양산해 3∼5년 이내에 2만달러(약 2700만원) 이하로 주문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 CEO는 블룸버그 보도를 통해 피규어AI의 투자 유치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옵티머스가 걸어 다니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로봇은 테슬라가 2023년 12월 공개한 옵티머스의 진화된 버전 ‘2세대’다. 당시 테슬라는 옵티머스 2세대가 이전보다 30%가량 빠른 속도로 걷고 다섯 손가락을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테슬라는 추후 자동차 공장에 옵티머스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그룹이 2020년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의 강자로 꼽힌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13년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공개했다. 아틀라스는 걷기, 장애물 건너기, 계단 오르내리기, 던지기, 공중제비 등 고난도 동작을 선보인 바 있다.

이 밖에 아마존의 지원을 받는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인 ‘디짓(Digit)’을 매년 최대 10만 대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디짓은 이미 아마존의 물류 센터에서 인간 근로자들을 돕고 있다. 오픈AI는 피규어AI 이외에도 챗GPT를 탑재한 가사도우미 로봇 ‘네오(Neo)’를 개발하고 있는 노르웨이 기업 ‘1X 테크놀로지 AS’에 투자했다.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4’ 에서는 아랍에미리트 1위 통신사 이앤드(e&) 그룹이 선보인 ‘아메카(Ameca)’가 풍부한 표정 구현과 기본적인 대화가 가능한 모습으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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