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증시 랠리 집중 해부│닛케이 주가 '꿈의 4만엔' 달성] 글로벌 자금 '脫中入日'…일학개미 투자 1년 새 14억달러 늘어

정원석 선임기자 2024. 3. 18. 14: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 지수)가 3만9000엔을 돌파하며 1990년 버블 붕괴이전의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데 이어, 역사상 최초로 4만엔대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일학개미(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의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세계 최대 AI(인공지능)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에서 시작된 미국, 일본, 대만 증시의 사상 최고치 경신 랠리에서 소외된 중국에 투자했던 자금은 감소한 반면, 일본에 투자하는 자금은 늘어나는 글로벌 자금의 탈중입일(脫中入日) 현상이 국내 투자 자금에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2023년 말 10억2672만달러(약 1조3660억원)였던 중화권 주식 보관액은 2024년 3월 4일 현재 9억8357만달러(약 1조3087억원)로 4315만달러(약 574억원) 감소했다. 반면 일본 주식 보관액은 같은 기간 37억3856만달러(약 4조9745억원)에서 40억3만달러(약 5조3224억원)로 2억6147만달러(약 3479억원) 증가했다. 2022년 말 26억달러(약 3조4600억원)였던 일본 주식 보관액은 1년 3개월 만에 50%가량 급증했다.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책이 국내 중학개미(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의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있는 반면, 일본 증시로 향하는 일학개미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2024년 3월 4일 일본 도쿄의 도쿄증권거래소 장 마감 후 한 남성이 닛케이 지수가 4만 선을 돌파한 것을 보여주는 전광판 앞을 걸어가고 있다. 사진 EPA연합

닛케이, 2024년 들어 17% 이상 상승

닛케이 지수는 3월 4일 전일보다 0.43% 오른 4만109엔으로 거래를 마치며, ‘꿈의 4만 선’에 등정했다. 이후 차익 매물이 나오면서 약보합세이지만, 4만엔대를 횡보 중이다. 미국의 반도체 업체 AMD 등 기술주 부진으로 다우평균과 S&P 500 등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가 1% 이상 하락한 후 개장한 3월 6일에도 닛케이 지수는 낙폭을 0.02%로 줄이며 4만90.78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3월 7일은 전일대비 1.22% 하락해 3만9602.46엔으로 후퇴했지만, 개장 직후 4만472엔까지 오르며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3년 28% 상승한 닛케이 지수는 2024년에도 1~2월 두 달 동안 17% 오르며 강세장을 지속하고 있다. 도쿄 증시 상위 225개 기업으로 구성된 닛케이 지수가 고공 행진을 하면서, 또 다른 대표 지수인 토픽수 지수 역시 사상 최고치 경신을 앞두고 있다.

닛케이 지수의 4만 선 등정 등 일본 증시의 사상 최고치 경신 랠리는 한국의 일학개미 같은 외국인 투자자가 이끌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23년 일본 주식을 3조엔(약 26조4000억원) 순매수한 외국인 투자자는 2024년 들어서도 2월 17일까지 3조8000억엔(약 33조4400억원) 주식 순매수 기조를 이어갔다. 2022년 8891억엔(약 7조8000억원) 주식을 순매도한 외국인 투자자가 강한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일본 증시가 유례없는 강세장을 지속하고 있다. 펀드 자금도 일본 이외 지역에서 설정된 해외 펀드 자금이 2023년 34억7000만달러(약 4조6100억원), 2024년(2월 21일 기준) 49억4000만달러(약 6조5700억원) 유입됐다.

반면, 중국 증시는 외국인이 중국-홍콩 교차 거래를 통해 2023년 1~7월 본토 주식을2303억위안(약 42조5000억원) 순매수했지만, 8월부터 매도세로 전환해 2024년 1월까지 2011억위안(약 37조1230억원) 순매도했다. 펀드 자금의 경우 해외 설정 펀드 자금이 2024년 들어 18억4000만달러(약 2조4500억원) 순유출됐다. 2023년 3.1% 하락한 상하이종합지수는 2024년 1월 6.1% 추가 하락했지만,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으로 2월 8.1% 반등했다. 하지만, 3월 7일 현재 3027.40으로 2017년 10월에 찍은 사상 최고치(5903.26)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성락 국제금융센터 주식분석부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경제성장 부진과 디플레이션(이하 디플레·물가 하락) 압력 확대, 미국 공급망 재편에 따른 일본 기업 수혜 등으로 중국을 이탈한 글로벌 투자 자금이 일본으로 유입되고 있다”면서 “중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경계심이 높은 점이 일본 주식에 대한 투자 유인”이라고 진단했다.

中 이탈 자금, 반도체 랠리 수혜 日로 발길

글로벌 자금의 탈중입일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일본은 디플레 탈피 등 경제 여건이 좋아지고 있고, 전 세계 AI 반도체 랠리에 일본 반도체주가 동참하면서 해외 투자 자금 유입이 촉진되고 있다. 더욱이 일본 상장 기업의 낮은 자본 효율성과 주가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자 2023년 기업들에 주주환원 확대 등을 촉구하는 도쿄증권거래소(TSE)의 ‘주가순자산비율(PBR) 개선’ 정책의 효과도 해외 자금 유입을 이끌고 있다.

반면, 중국은 디플레와 부동산 침체에 따른 투자 심리 저하, 정부의 증시 부양과 IT(정보통신) 기업에 대한 규제 간 엇박자 등으로 투자자 신뢰가 훼손된 것이 자금 유출 압력을 가중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들어 공매도 규제, 공공자금 투입, 정책 금리 인하 등으로 투자 심리가 다소 개선됐지만, 경제 펀더멘털 개선과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증시 회복세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중국 인민은행의 정책 금리 인하 등 에 대한 기대로 2024년 2월 들어 외국인 주식 투자 자금이 306억위안(약 5조6500억원)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외국인의 투자 심리 개선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Plus Point
'디플레 탈출' 선언 검토하는 日…中은 '디플레 진입' 징후

닛케이 지수가 4만엔을 돌파하는 등 뜨거운 증시 랠리를 만끽하는 일본은 정부가 23년 만에 ‘디플레 탈출’ 선언을 검토하고 있다. 디플레 탈출 선언은 1990년 시작된 ‘잃어버린 30년’을 벗어났다는 점을 공식화한다는 의미다. 반면, 중국은 4개월 연속 ‘마이너스(-) 물가’를 나타내는 등 디플레 징후가 강해지고 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향후 물가 전망, 2024년 봄철 임금 협상 결과 등을 지켜본 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기자회견을 하거나 경기 동향에 관한 정부 공식 견해를 정리한 월례 경제 보고에 명기하는 방안 등을 통해 디플레 종식을 선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990년 버블 붕괴 후 물가 하락이 만성화된 일본은 수요 침체가 기업 수익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2001년 “디플레에 들어섰다”고 처음 인정했던 일본은 10년 넘게 마이너스 금리와 중앙은행의 자산 매입 등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디플레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달러당 150엔을 오르내리는 슈퍼 엔저로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2023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1.9%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2023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신선식품 제외)은 1990년 이후 최고치인 3.1%까지 올라 디플레 탈출 기대감을 키웠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2월 22일 국회에서 최근 물가 동향에 대해 “디플레가 아닌 인플레이션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반대로 중국은 디플레 진입 징후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3년 7월 마이너스(-0.3%)에 진입했고, 10월부터는 넉 달 연속 마이너스 상태다. 2024년 1월에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0.8% 하락해 2009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나타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2024년 1월 전년 대비 2.5% 하락해 2022년 10월 이후 1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오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지방정부 부채 급증, 소비 침체 악순환이 중국 내수 경기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중국 인민은행은 2월 20일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0.25%포인트 인하한 3.95%로 결정했다. 2023년 6월 5년물 LPR을 4.20%에서 4.10%로 0.1%포인트 낮춘 이후 8개월 만에 이뤄진 금리 인하다. 특히 0.25%포인트의 인하 폭은 시장의 전망치를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수준이다. 2~3%대로 올라온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이유로 마이너스 금리 해제를 추진 중인 일본은행과 정반대 처방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기사의 타임톡 서비스는
언론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