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男 대표팀의 계속 되는 잡음…박지원 “누가 당기는 느낌” 황대헌은 인터뷰 패싱

김하진 기자 2024. 3. 18. 11: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7일 네덜란드 로테르담 아호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0m 결승에서 완주하지 못한 박지원. 대한빙상경기연맹 제공



세계선수권대회를 치르고 있는 한국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이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황대헌(강원도청)과 박지원(서울시청)이 있다.

박지원은 1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 아호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0m 결승에서 완주하지 못했다.

결승선 3바퀴를 남기고 황대헌에 이어 2위로 달리던 박지원은 세번째 곡선 주로에서 빠른 스피드로 인코스를 파고 들었다. 선두 자리를 뺏긴 황대헌은 손으로 박지원을 밀쳤고 박지원은 휘청이며 대열에서 이탈했다. 결국 박지원은 그대로 경기를 마칠 수밖에 없었다.

심판은 황대헌에게 페널티를 부여했다. 명백한 황대헌의 잘못이라는 판정이 내려진 것이다.

17일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하는 박지원. 대한빙상경기연맹 제공



황대헌이 박지원의 레이스를 방해한 건 이번 뿐만이 아니다. 지난 16일에 열린 남자 1500m 결승에서도 결승선을 세 바퀴 남기고 박지원과 충돌했다. 황대헌은 인코스를 비집고 들어가 박지원을 몸으로 밀어낸 뒤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었다. 하지만 심판진은 황대헌의 반칙을 선언해 페널티를 부여했고 금메달도 날아갔다.

이번 대회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열린 ISU 월드컵 1차 대회 10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도 황대헌은 앞서 달리던 박지원을 밀치는 심한 반칙을 범해 옐로카드를 받고 모든 포인트가 몰수됐다.

박지원은 황대헌의 거듭된 방해로 국가대표 자동 선발 기회도 날아갔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규정에 따르면, 차기 시즌 국가대표는 세계선수권대회 국내 남녀 선수 중 종합 순위 1명이 자동 선발되지만, 해당 선수는 개인전 1개 이상의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해야 한다. 세계랭킹 1위인 박지원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기회를 여럿 날렸고 결국 다음 달에 열리는 국내 선발전에서 다시 국가대표 자격을 획득해야한다.

경기 후 박지원은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날 경기 상황에 대해 “정신이 너무 없긴 한데, 느낌으로는 잡아당겨 지는 느낌이 들었고 몸을 주체할 시간이 없었던 같다. 그래서 펜스에 부딪혔고, 서서 넘어져서 몸에 충격이 컸던 것 같다. 순간 정신이 또렷하게 서 있지 않았던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어제 변수가 없던 경기를 만들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또 변수가 나왔다. 어쩌면 이게 또 쇼트트랙이라고 생생각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안 생기게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17일 남자 1000m에서 충돌하고 있는 박지원(왼쪽)과 황대헌. AP연합뉴스



황대헌과 계속 문제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가 어떻게 말씀드릴 부분이 없을 것 같다”라고 말을 아꼈다.

황대헌 역시 이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1500m를 마치고는 “지원이 형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 바로 사과했다”던 황대헌은 이날 경기 후에는 믹스트존을 그냥 지나쳐갔다.

안중현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은 “남자 선수들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지만 성적이 좋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런 황대헌의 플레이가 집중 조명 받으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황대헌이 팀 동료와 불미스러운 일을 만든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황대헌은 2019년 자신과 함께 한국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을 이끌던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고, 이에 린샤오쥔은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징계받고 소송에 휘말린 뒤 중국으로 귀화했다. 린샤오쥔은 법정 싸움을 거쳐 무죄를 선고받고 명예를 회복했으나 더는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린샤오쥔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획득했다. 16일 남자 500m에서 우승한 린샤오쥔은 17일 남자 5000m 계주와 혼성 2000m 계주에서 중국 대표팀 선수들과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일각에서는 황대헌의 지나친 ‘욕심’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대헌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1인자 자리를 지키다 지난해에는 휴식기를 보냈다. 그리고 복귀했지만 올시즌에는 부상으로 주춤하기도 했다. 정상의 자리를 되찾고 싶은 마음에서 나오는 무리수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쇼트트랙 대표팀 내의 갈등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2021년 여자 대표팀에서 최민정과 심석희가 갈등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심석희는 결국 징계를 받았다.

한국의 ‘효자 종목’으로 알려진 쇼트트랙이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힘을 못썼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의 저조한 성적으로 마쳤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