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가볼까 했더니…" 여름 휴가 준비하다가 '날벼락'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성수기 티켓값 더 오른다
미국 알래스카 항공의 보잉 737 맥스9 기종 여객기가 비행 도중 동체 일부가 떨어져 나가 비상 착륙했던 ‘동체 이탈’ 사고 발발 두 달이 지난 현재, 사고 여파가 항공산업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보잉의 항공기 생산 지연으로 항공사들의 항공편 수가 축소됐고 올여름 성수기에는 인기 노선의 가격이 전년 대비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보잉 정상화 시점 예측 불가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 홀딩스, 사우스웨스트 항공, 라이언에어 홀딩스 등 항공사들이 보잉의 생산 지연에 대응하기 위해 일정을 조정하고 보잉 737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잉이 지난 1월 5일 발생한 알래스카 항공 사고에서 밝혀진 품질 결함을 수정하는 데에 집중하면서 보잉 항공기 납품이 늦춰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검사관들이 공장을 샅샅이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보잉조차도 언제 비행기가 준비될지 불확실해 보인다”며 “이는 회사가 언제 정상으로 돌아올지 확답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보잉의 주요 경쟁사인 에어버스 항공기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에어버스 역시 생산량이 충분치 않다. 아직 팬데믹 이전 수준의 생산량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잉 관계자는 “생산 시스템 전반에 걸쳐 품질을 강화하고 규제 요건을 충족하는 고품질 항공기를 생산하는 데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수기 항공권 가격 비싸져
보잉737과 에어버스 A320은 주로 중·단거리 노선을 비행한다. 올여름 미국 국내선 항공편 가격 인상이 예상되는 이유다. 에어라인 리포팅 코퍼레이션 집계 결과 미국 국내선 항공권 가격은 지난해 12월과 1월에 각각 전년대비 2.0%, 3.5% 상승했다. 지난해 4~11월에는 모두 전년대비 가격이 하락했는데 다시 상승 반전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일부 인기 노선에서 항공편 옵션이 줄어들고 잠재적으로 더 높은 가격이 책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출장 전문 여행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글로벌 비즈니스 트래블(아멕스 GBT)에 따르면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 간 비즈니스 및 일반석 요금은 올해 상반기 중 18%까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카고와 라스베이거스 간 요금은 9.6%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멕스 GBT 관계자는 “뉴욕-로스앤젤레스 간 좌석을 수요에 맞춰 확보하지 못했다”며 “여름 성수기 동안 비즈니스 클래스 요금이 작년 대비 8.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 수익 전망 조정하고 채용 중단
항공업계는 코로나19의 타격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했다. 항공기 리스 회사 BOC 에이비에이션의 스티븐 타운엔드 대표이사는 “팬데믹으로 인한 에어버스와 보잉 생산 지연으로 지난 3~4년 동안 항공사들은 4000대에 달하는 새 비행기를 공급받지 못했다”고 추정했다.
여기에 보잉 사고까지 더해져 수요와 공급 격차는 더 확대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유나이티드 항공이 규제 당국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이 올해 계약한 737 맥스 항공기 157대 중 3분의 1도 인도받지 못할 전망이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직원들에게 올봄 조종사 채용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항공기 전량을 보잉사의 항공기로 운영하는 미국 저가항공사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보잉 인도 지연에 따라 올해 사업 계획을 수정하고 수익 전망치를 낮췄다. 회사 측은 보잉의 다른 모델 역시 예상치(79대)의 절반 수준인 46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럽 라이언에어는 보잉 제트기 17대가 부족해 수용 승객이 500만명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을 최대 10% 인상하고 더블린, 밀라노, 바르샤바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을 축소할 계획이다.
미국 규제당국은 당분간 737기종의 생산량을 월 38대로 제한하고 있다. 보잉은 지난 1~2월 총 42대의 737기종을 인도했다. 이달 초에는 미국 최대 항공사 아메리칸 에어라인 그룹이 보잉737 맥스10을 85대 주문하며 ‘신뢰’를 보였다. 이 모델은 국제 장거리 노선에 사용되며, 에어버스의 A321 기종에 대응할만한 기종이라고 평가받는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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